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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주름 없애니 자신감 생겨” 회춘 성형 5년 새 두 배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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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00세 시대 실버성형 풍속도

광고 모델 김중렬씨는 나이 든 사람 취급받기 싫어서 지난해 주름 제거·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더 젊어졌다”는 주변의 칭찬에 매사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김씨가 일산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광고 모델 김중렬씨는 나이 든 사람 취급받기 싫어서 지난해 주름 제거·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더 젊어졌다”는 주변의 칭찬에 매사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김씨가 일산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주름 때문에 나이 든 사람 취급받는 게 싫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이 많고 만날 사람도 많은데 더 멋지고 활력 있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60, 70대 경제활동 늘고 취미 즐겨 #보톡스·필러, 눈꺼풀 처짐 개선 많아 #“더 멋지고 활력 있게 살아야지요” #성형 불만 사례도 12%로 크게 늘어 #눈 안 감기고 안면비대칭 등 부작용 #“무조건 효과” 과장광고 주의해야

귀밑까지 내려오는 은발의 노신사가 익숙한 솜씨로 커피를 내린다.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중렬(61)씨는 얼굴에 큰 주름이 없어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그는 일·건강 관리 등에 적극적인 뉴실버(60~74세)다. 김씨는 광고 모델로 냉장고·식료품 광고도 찍었다. 지난해 2월 얼굴 주름을 개선하는 레이저 시술과 이마의 일자(一字) 주름을 없애는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김씨는 좀 더 얼굴을 손볼 예정이어서 이날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하안검(눈 밑 지방 재배치) 수술 상담도 받았다. 또 보톡스·레이저 시술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탓에 얼굴 피부를 당겨 주름을 아예 없애는 수술을 받아볼까 고민 중이다.

“주름 제거 시술을 받고 나니 친구들이 ‘네 주름 어디 갔느냐’ ‘더 젊어졌다’고 해요. 이런 말을 들으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올해는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할 거예요. 제과·제빵 기술도 배우고….”

요즘 성형외과에는 김씨와 같은 60세 이상 실버세대의 발길이 꽤 늘었다. 종전에는 ‘남세스럽다’ ‘망측하다’고 여겼지만 요새는 달라졌다.

※서울 강남구 원진·바노바기·아이디성형외과 환자 분석

※서울 강남구 원진·바노바기·아이디성형외과 환자 분석

본지는 서울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 3곳(원진·바노바기·아이디)에 실버성형 추이 자료를 요청했다. 공식 자료가 없어서다. 이 중 한 곳은 실버성형 환자가 2011년 620명에서 지난해 750명으로 21% 늘었다. 다른 곳은 5년 만에 두 배가 되기도 했다. 나머지 한 곳의 남성 환자는 16%, 여성은 58% 늘었다. 세 병원 환자 중 60세 이상 환자의 비율도 2011년 1.9%에서 지난해 3.8%로 두 배가 됐다.

※서울 강남구 원진·바노바기·아이디성형외과 환자 분석

※서울 강남구 원진·바노바기·아이디성형외과 환자 분석

실버성형이 느는 이유는 다양하다. 김씨처럼 100세 시대를 맞아 60~70대 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늙어 보이는 것을 피하려 한다. 특히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일수록 적극적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중반의 여성 정모씨는 “깊게 파인 굵은 주름 때문에 손님을 대하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안면거상술로 주름을 펴고 나니 더 열심히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면거상술은 이마 라인이나 귀 뒤쪽 피부를 절개해 처진 피부를 당겨 주름을 개선하는 수술이다.

원진성형외과 박원진 원장은 “60세가 넘어도 일을 하고 취미생활·연애를 즐기다 보니 자기 관리 목적으로 성형외과를 찾는다”고 소개했다.

아이디성형외과 박상훈 전문의는 “60세 넘어서도 열정은 넘치는데 늙게 평가받는 게 싫어 성형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소비자원(2011~2016년)

※자료: 한국소비자원(2011~2016년)

불편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한금자(70)씨가 대표적이다. 한씨는 “매일 탁구를 치는데 눈꺼풀이 처져 앞이 잘 안 보이고 눈썹이 자꾸 눈을 찔러 불편했어. 눈 밑도 불룩해서 영 보기 싫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280만원을 들여 상안검(눈꺼풀 처짐 개선)과 하안검 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하니까 불편이 사라졌고 인상이 고와졌다”며 만족해했다.

본지에 자료를 제공한 성형외과 세 곳의 지난해 실버성형 유형을 보면 보톡스·필러가 36.6%로 가장 많았다. 상안검·하안검 수술도 33.6%나 된다. 바노바기성형외과 반재상 원장은 “주름이 깊어지면 눈초리에 눈물이 고여 짓무르고 눈 뜨기가 불편해져 성형수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에서 하안검 수술 상담을 받는 김중렬씨.

성형외과에서 하안검 수술 상담을 받는 김중렬씨.

하지만 실버성형이 늘면서 문제점도 많이 생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성형 관련 불만 사례 중 60세 이상 환자의 비율이 2011년 2.3%에서 지난해 11.6%로 늘었다. 상안검·하안검(37%)과 팔자 주름·안면거상술 등의 주름 제거(34%)가 많다. 박모(60)씨는 상안검 수술을 받은 뒤 눈이 안 감기는 부작용(토끼 눈)이 생겼다. 박씨는 “의사가 6차례 수술을 했는데도 부작용이 개선되지 않아 다른 데서 재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면거상술을 받은 뒤 안면 마비가 온 안모(68)씨는 정신과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약물 치료를 했다.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 정미영 의료팀장은 “실버성형 소비자는 인터넷이 익숙지 않아 광고만 대충 훑어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의 경력·전문 분야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은 ▶무조건 효과 있다고 광고하거나 효과 없으면 환불한다는 과장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수술 전에 동의서 사본을 요청해 보관하며 ▶수술 후엔 합병증·예방법 등을 알아뒀다 이상이 생기면 바로 의료진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원진성형외과 박원진 원장은 “여러 가지 수술을 해서 억지로 예뻐지려 하기보다 노화로 인해 나빠진 인상을 개선하는 선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고혈압·당뇨·암을 앓은 사람은 주치의나 내과 전문의와 수술 여부를 사전에 논의하는 게 안전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은석찬 교수는 “고령자는 생체 활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수술 시간, 마취 방법을 신중히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가 거상술을 받으려고 금식하고 마취하면 자칫 저혈당성 쇼크가 올 수도 있다. 고혈압 환자는 수술 중 혈압이 변하고 출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S BOX] 비타민주사 효과 입증 안 돼, 맞아도 그만 안 맞아도 그만

박근혜 대통령이 애용했다는 비타민 주사가 엉뚱한 유행을 낳고 있다. 성형외과·피부과에서 마늘·감초·백옥·신데렐라 주사, 태반 주사 등 ‘박 대통령 주사’를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는 ‘주사 손님’이 50%가량이나 늘었다. 예전에는 “피곤한데 뭘 맞으면 좋으냐”고 묻고 주사를 맞았지만 요즘은 “대통령이 맞은 주사를 놔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피부과 의원 관계자도 “박 대통령 주사를 찾는 사람이 꽤 늘었다”고 말했다.

이런 주사는 싸게는 3만원부터 20만원대까지 있다. 단품으로 맞느냐, 여러 가지를 섞어서 맞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마늘·백옥 주사를 맞은 한 30대 여성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고 피부가 한층 화사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사의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태반 주사는 간 기능과 갱년기 장애 개선에, 마늘 주사는 비타민 결핍증 예방에 허가를 받았을 뿐이다. 미백 효과가 있다는 백옥 주사는 오히려 백반증 같은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은석찬 교수는 “비타민 주사의 효과는 입증된 바 없다”며 “맞아도 그만 안 맞아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글=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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