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출신 대학생 '해커 잡는 기술자' 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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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0대 때 컴퓨터 해커로 활약했던 대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컴퓨터 네트워크 보안을 책임지게 됐다.

네트워크 보안용 프로그램 '넷케어'를 개발한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4학년 김기홍(23.사진)씨가 그 주인공.

연세대는 김씨가 개발한 넷케어를 최근 바이러스 침입에 대비해 교내 1만5000대의 네트워크 장비와 PC에 설치했다. 넷케어를 10년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김씨에게 1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넷케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의 비정상적인 작동을 중앙컴퓨터에 알려줘 자동적으로 네트워크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김씨는 2000년 한국 정보올림피아드 동상 수상 등의 경력으로 2002년 연세대 수시 모집에서 정보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네트워크에 침입하는 해커들의 얘기와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3 때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국내 유명 해커 그룹의 '정예 멤버'로 활약해 네트워크 보안업계에서 요주의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실제로 해킹당한 업체 측에서도 김씨의 해킹 실력만큼은 높이 샀다고 한다. 김씨는 "이 일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며 "학교에서 학생 벤처 창업을 돕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네트워크를 뚫는 것보다 막는 기술로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연세대 창업지원센터의 도움을 얻어 같은 과 친구 두 명과 함께 벤처업체 '세인트 시큐리티'를 차렸다. 2004년 11월에는 정식으로 법인 등록을 마치고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직원도 7명으로 늘었다. 중소기업청에서 신기술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았고 태국에 현지 법인까지 세웠다. 김씨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들로부터 투자금도 끌어 모았다. 김씨와 동료들은 2년 동안 6개의 시험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노하우를 쌓은 끝에 지난해 5월 넷케어 개발을 완료했다.

이 대학 네트워크 운영실 박진수 과장은 "넷케어는 집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무인 경보시스템과 같은 것"이라며 "경쟁 업체의 제품보다 바이러스 차단 기능이 훨씬 뛰어나 김씨의 보안 솔루션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세인트 시큐리티의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원. 연세대 외에 대학 두세 곳과 병원 등 20여 곳에서 넷케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학교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네트워크 보안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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