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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치료·주사 아주머니 도착” 이영선 문자 … 비의료인 청와대 드나든 증거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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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주머니들이 청와대에 드나드나요? 왜 이영선 행정관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 계속 아주머니가 등장하지요?”

정호성(左), 이영선(右)

정호성(左), 이영선(右)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해 11월 진행된 조사에서 정호성(50)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검사의 질문에 말끝을 흐렸다. 검사는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이영선(38) 청와대 행정관이 전달한 한 달 분량(2013년 5월 3일~6월 2일)의 문자메시지였다. 문자가 오간 시각은 대부분 밤 9시 전후였다.

검찰·특검서 드러난 ‘아주머니들’ #“아주머니 도착, 대장님 들어가셔” #이영선·정호성 간 문자 속 등장 #정씨 “대장님은 대통령”진술

‘아주머니 도착해서 대장님 지금 들어가셨습니다’ ‘기치료 아주머니 이상없이 마치고 모셨습니다’ ‘주사 아주머니는 도착해서 준비되는 대로 인터폰 하겠습니다’는 내용이었다. 정 전 비서관은 “문자에 나온 ‘대장님’은 대통령님을 지칭하는 걸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의료 등 여러 서비스를 받은 정황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청와대 행정관의 예우를 받으며 정기적으로 청와대를 드나든 문자 속 ‘아주머니들’은 특검팀의 수사 과정에서도 등장했다. 박 대통령에게 기 치료를 해준 이는 강남에서 주로 활동하는 오모(76)씨다. 오씨는 약 10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정기적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기 치료를 해줬다고 한다.

주사 아줌마는 무면허 의료업자 백모(73)씨일 가능성이 크다. 백 선생으로 불리는 이 사람은 강남에서 보톡스와 필러를 제일 잘 놓는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머니’의 대열에는 국정 농단 사건의 장본인인 최순실(61)씨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행정관은 2013년 5월 3일 오전 9시28분 최씨에게 ‘한실방, 부속사무실, 카니발차량 모두 찾아봤는데 전화기가 없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여기서 ‘한실방’은 청와대 관저 내 온돌방이고, ‘부속사무실’은 관저 부속실을 말한다. ‘카니발차량’은 이영선 행정관이 ‘보안손님’을 비밀리에 청와대로 출입시킬 때 이용했던 차량이다.

문자 내용으로 보면 최순실이 전날 대통령 관저를 비밀리에 방문했고 한실방에서 머물다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다. 카니발 차량을 타고 귀가한 뒤 뒤늦게 인지하고 휴대전화를 찾아보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이 행정관이 답장을 보낸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최씨는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이다.

이 행정관은 2013년 4~7월 13번에 걸쳐 매주 주말 “최 선생님 들어가십니다”는 문자를 정 전 비서관에게 보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하는 장소는 달랐다. “대기업 총수들도 이렇게 청와대 안으로 불렀느냐”는 질문에 정 전 비서관은 “그들은 청와대가 아닌 삼청동 안가에서 만났다”고 답했다.

한편 특검팀은 23일 박 대통령의 ‘비선진료’ 의혹과 관련해 이 행정관을 24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비선진료와 국회 청문회 불출석 혐의 등으로 조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이 행정관에게 여러 차례 소환통보를 했지만 그가 출석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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