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방 전화가 쉴새 없이 울린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3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3층의 의장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특검법 개정안을 직권상정 해달라“는 시민들의 전화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의 한 비서관은 "어제부터 쉴 새 없이 전화가 오고있다. 아시다시피 모두 특검법을 직권상정 해달라는 요구"라고 전했다.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직접 요구하자는 움직임은 22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시작됐다. 야권 지지자들의 커뮤니티에는 "정세균 의장실 전화번호는 02-xxx-xxxx 이다. 이리로 전화해 직권상정을 요구하자"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23일에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청취자들이 오늘부터 국회의장실에 전화를 열심히 하셔서 국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려드려달라"고 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라디오 방송 이후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안 될 정도"라며 "마음같아서는 직권상정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의장실에 전화가 몰린 것은 정세균 의장이 특검법 통과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연장 권한을 갖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은 "고려해보겠다"며 아직까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황 대행 대신 정세균 의장이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특검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면 수사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빗발치는 전화, 문자를 받은 정 의장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주승용,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40분간 대화를 했다. 이 자리에서 우상호 원내대표가 "4당 원내대표간 합의를 통해 특검 연장을 제안하자"고 제안했으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불발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페이스북에 "직권상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남긴 글.

정세균 국회의장이 페이스북에 "직권상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남긴 글.

이에 정 의장은 2시에 시작되는 본회의 전 자신의 SNS를 통해 직권상정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만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분들도 계시다"면서도 "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는 그 어느 기관보다 법의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여야 합의가 없는 한 국회의장의 의지만으로 문제를 풀어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썼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원내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직권상정 직권상정을 허용하고 있다. 정 의장은 "과거 국론을 분열시켰던 날치기 관행에 대한 반성의 결과로 정립된 조항"이라며 "여야 합의가 없는 한 국회의장의 의지만으로 문제를 풀어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대신 황 대행의 결단을 요구했다. "특검 연장의 열쇠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있다. 연장이 필요하고 국민적 요구가 있을 때에는 이를 승인해야 한다"면서다.

정 의장의 글에는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시민들은 “직권상정만이 답입니다” “지금이 바로 국가 비상사태입니다” “갑자기 왜이러십니까. 답답합니다” 등의 글을 남겼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