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맨손에 독 묻혀 공격했다면 신종 물질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 정체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22일 말레이시아 경찰 발표에 따르면 여성 용의자 2명은 맨손에 독극물을 묻혀 김정남을 공격했다.

전문가들 “손 피부엔 흡수 안 되고 #얼굴에만 흡수되는 독은 아직 없어 #신종 독극물 땐 분석에 상당한 시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우선 맨손에 묻혀 얼굴에 문질러 사망시킬 수 있는 그런 독성물질이 존재하느냐다. 또 이런 독극물을 맨손에 바른 용의자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느냐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따르면 여성 용의자들은 범행 직후 바로 손을 씻었고 통증을 느꼈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에 사용된 독극물이 새로 개발된 신종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얼굴에 독극물을 바른 게 아니라 콧속에 강제 주입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독극물을 사용했다면 김정남의 얼굴에 화상이나 짓무른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발견되지 않았다”며 “또 독극물을 문질렀다면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이 남아 있을 텐데 아직까지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의문점”이라고 말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손 피부로 흡수가 안 되고 얼굴 피부로만 흡수되는 독극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얼굴에 발라 사망시킬 정도의 독성을 가진 물질이라면 손과 접촉했을 때도 상당한 독성이 나타나는 것이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암살에 사용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개발한 독극물은 상당한 기술이 축적된 물질이라서 분석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식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어떤 독극물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강력한 독을 손에 묻혀 공격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북한도 높은 수준의 생화학무기 기술을 보유한 만큼 신경계에 작용하는 강력한 신물질을 개발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독극물의 종류와 정확한 범행 수법이 부검 결과의 최종 분석을 통해 규명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독극물이 일단 몸속에 들어가서 분해되면 확인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덕환 교수는 “신종 독극물이 사용됐다면 부검을 통해 찾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