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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리쥔 “한국 바둑 두텁고 강해 … 정교한 수읽기 배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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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으로 바둑 유학 온 위리쥔 초단은 “처음에는 최정 등 일류 여자 기사를 이기는 게 목표였지만 이제는 천천히 배운다는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한국으로 바둑 유학 온 위리쥔 초단은 “처음에는 최정 등 일류 여자 기사를 이기는 게 목표였지만 이제는 천천히 배운다는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대만의 ‘바둑 요정’ 위리쥔 초단은 요즘 하루가 빠듯하다. 그는 이달부터 2017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서귀포 칠십리팀의 후보 선수로 뛰고 있다. 경기가 없을 때는 한국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에 나간다. 지난해 9월 한국에 온 위리쥔 초단은 오는 8월까지 1년간 한국 기사들과 함께 생활하며 바둑 공부를 할 예정이다. 22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위리쥔 초단을 만났다.

1년 유학 온 대만의 ‘바둑 요정’ #여자바둑리그 서귀포팀 후보로 출전 #“실력 차 느꼈지만 훈련 자체를 즐겨 #스트레스? 옷 구경·군것질로 풀어요”

여자리그에 출전하는 소감은.
“여자리그 후보 선수로 뽑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한국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너무 잘하려는 부담이 컸다. 처음 출전한 대국에서 패했는데 내용도 너무 안 좋았다(위리쥔 초단은 지난 19일 여수 거북선의 이슬아 4단을 만나 129수 만에 불계패했다).”
앞으로 여자리그에 임하는 각오는.
“나를 후보 선수로 뽑아준 감독님께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욕심을 낸다면 절반을 넘기는 승률을 기록하고 싶다.”
한국에 온 지 6개월 정도 됐다. 대만과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대만도 한국처럼 정예 선수들이 매일 기원에 나가 훈련한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선수들이 다르다.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훨씬 강하고 선수층도 두텁다.”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지난해 초 중국에서 열린 ‘제1회 IMSA 엘리트마인드게임스’에서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을 만났다. 유 사무총장께서 한국에 와서 바둑 공부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한국기원에서 바둑판 위에 돌을 놓아보고 있는 위리쥔 초단. [사진 우상조 기자]

한국기원에서 바둑판 위에 돌을 놓아보고 있는 위리쥔 초단. [사진 우상조 기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한국에 가서 제대로 바둑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대만에 있으면 주변에 놀거리가 많아 바둑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한국에서 오로지 바둑에만 집중해 보고 싶었다.”
실제로 한국에 온 게 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나.
“원래 공격형 기풍이라 싸움 거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 기사들에게 먼저 전투를 걸었다가 오히려 내가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교한 수읽기 부분을 많이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요즘에는 실력이 는 것 같다고 주변에서 말씀해 주신다.”
위리쥔 초단이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바둑돌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위리쥔 초단이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바둑돌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우상조 기자]

한국에서 생활할 때 어려운 점은 없나.
“한국에 오기 전에 대만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준비했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한국 음식도 잘 맞는 편이다. 다만 가끔 부모님 생각이 나서 힘들 때가 있다.”
패배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대만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산책하고 이야기하며 마음을 달랬다. 한국에서는 혼자 먹고 싶은 것을 사 먹고 옷 구경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낯선 지하철역에 내려서 길을 걸으며 기분 전환을 할 때도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처음 한국에 올 때는 최정 7단, 오유진 5단 등 일류 여자 기사들을 이기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아직은 나와 실력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이제는 한국에서 천천히 배운다는 마음으로 훈련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 자체가 재밌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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