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바둑 요정’ 위리쥔 초단은 요즘 하루가 빠듯하다. 그는 이달부터 2017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서귀포 칠십리팀의 후보 선수로 뛰고 있다. 경기가 없을 때는 한국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에 나간다. 지난해 9월 한국에 온 위리쥔 초단은 오는 8월까지 1년간 한국 기사들과 함께 생활하며 바둑 공부를 할 예정이다. 22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위리쥔 초단을 만났다.
1년 유학 온 대만의 ‘바둑 요정’ #여자바둑리그 서귀포팀 후보로 출전 #“실력 차 느꼈지만 훈련 자체를 즐겨 #스트레스? 옷 구경·군것질로 풀어요”
- 여자리그에 출전하는 소감은.
- “여자리그 후보 선수로 뽑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한국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너무 잘하려는 부담이 컸다. 처음 출전한 대국에서 패했는데 내용도 너무 안 좋았다(위리쥔 초단은 지난 19일 여수 거북선의 이슬아 4단을 만나 129수 만에 불계패했다).”
- 앞으로 여자리그에 임하는 각오는.
- “나를 후보 선수로 뽑아준 감독님께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욕심을 낸다면 절반을 넘기는 승률을 기록하고 싶다.”
- 한국에 온 지 6개월 정도 됐다. 대만과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 “대만도 한국처럼 정예 선수들이 매일 기원에 나가 훈련한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선수들이 다르다.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훨씬 강하고 선수층도 두텁다.”
-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 “지난해 초 중국에서 열린 ‘제1회 IMSA 엘리트마인드게임스’에서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을 만났다. 유 사무총장께서 한국에 와서 바둑 공부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한국에 가서 제대로 바둑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대만에 있으면 주변에 놀거리가 많아 바둑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한국에서 오로지 바둑에만 집중해 보고 싶었다.”
- 실제로 한국에 온 게 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나.
- “원래 공격형 기풍이라 싸움 거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 기사들에게 먼저 전투를 걸었다가 오히려 내가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교한 수읽기 부분을 많이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요즘에는 실력이 는 것 같다고 주변에서 말씀해 주신다.”
- 한국에서 생활할 때 어려운 점은 없나.
- “한국에 오기 전에 대만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준비했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한국 음식도 잘 맞는 편이다. 다만 가끔 부모님 생각이 나서 힘들 때가 있다.”
- 패배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 “대만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산책하고 이야기하며 마음을 달랬다. 한국에서는 혼자 먹고 싶은 것을 사 먹고 옷 구경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낯선 지하철역에 내려서 길을 걸으며 기분 전환을 할 때도 있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 “처음 한국에 올 때는 최정 7단, 오유진 5단 등 일류 여자 기사들을 이기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아직은 나와 실력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이제는 한국에서 천천히 배운다는 마음으로 훈련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 자체가 재밌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