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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환율에 … “다시보자 내수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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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못난이주’ 취급을 받았던 내수주에 조금씩 볕이 들고 있다. 수출 비중이 낮아 주로 국내 시장에서 영업하는 내수업체 주식은 그동안 얼어붙은 국내 경기로 외면 받아왔는데 변화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기관·외국인, 유통·음식료업종 매수 #롯데쇼핑 올들어 주가 9.2% 급등 #저평가된 음식료·미디어업종 눈길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매수-매도) 1위 종목은 모두 롯데쇼핑이었다. 각각 1725억원어치, 2149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롯데그룹이 진행 중인 지주회사 전환 작업 영향이 크지만 유통 부문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반영됐다. 주가는 올들어 9.2% 뛰었다.

자료:코스콤

자료:코스콤

내수주 온기는 전 업종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특히 기관과 외국인 등 큰 손 투자자들이 바구니에 내수주를 많이 담았다. 이달 두 투자 주체는 전통적인 내수업종으로 꼽히는 유통·음식료·섬유의복을 모두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가 세 업종을 모두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최근 내수주 투자가 늘어난 것은 앞으로 닥칠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란 분석이 많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몇달 안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유럽 선거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대외 노출이 적은 내수주가 투자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매력을 키운 변수는 환율이다. 달러화당 원화 환율은 지난달 9일 1208.3원까지 올랐다가 22일 1142.6원까지 떨어졌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원화 가치가 올랐다. 통상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수출 기업들은 피해를 본다. 대신 환율 민감도가 낮은 내수업체들이 조명받게 된다. 시종일관 ‘약(弱)달러론’을 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율정책 기조도 반영됐다.

자료:코스콤

자료:코스콤

또 다른 이유는 지난해 많이 떨어진 주식 가격이다. 내수주는 2015년을 기점으로 계속 하락했다. 내수주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섬유의복업종은 평균 지수가 2015년 고점 대비 43% 하락했다. 음식료업종 역시 지난해 고점보다 27% 내렸다. 투자자는 일단 가격이 낮은 쪽에 눈길을 돌리게 마련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실적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종목에는 음식료업종과 미디어업종이 대거 포함됐다. CJ CGV, SPC삼립, 동원 F&B가 대표적이다.

미국 수혜가 예상되는 경우도 있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허가가 수월해지면 국내 제약바이오업종도 득을 볼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미국 바이어 주문을 받는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들도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는 필수다. 소비자 지갑이 열리는 것은 아직 남의 나라 얘기다. 지난달 소비자 심리 지수는 3개월째 100을 밑돌며(93.3) 7년 10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국의 대응이 내수주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기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 아직까지 내수주 가격이 바닥을 쳤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수주를 오래 갖고 가기보다 분산 투자 목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기 전이 투자 적기”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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