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정남 피살 "북한 정권이 배후다" 공식 입장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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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경찰이 19일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국적 남성 1명을 포함한 4명을 체포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통일부가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북한 정권을 암살 주체로 지목한 것이다. 정 대변인의 이날 브리핑은 예정에 없었으나, 노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이 한국 시각으로 오후 4시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한 뒤 5시 30분에 진행됐다.
정 대변인은 “오늘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은 지난 13일 북한인 피살사건과 관련해 북한인 1명을 용의자로 체포했으며, 그 외 4명의 북한인 용의자가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앞으로 최종 조사 결과가나오겠지만 우리 정부는 피살자가 여러 정보와 정황상 김정남이 확실하다고 보며, 용의자 5명이 북한 국적자임을 볼 때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선 “살해된 인물이 김정남으로 확실시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만 밝히며 “자세한 것(정부 입장)은 관련국 정부가 발표한 다음에 있어야 될 일”이라고 말했었다.
정 대변인은 본인이 언급한 “여러 정보 정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 문제는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지금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의 발표)도 중간수사 발표 같은 성격이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다음에 정확한 자료를 낼 때까지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추가 정보가 있으나 밝히지 않겠다는 뜻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 대변인은 “(추가 정보가) 있다, 없다에 대해서도 제가 말씀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만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현재로선 말씀드릴 수 없다”고만 되풀이했다.
정 대변인은 “북한이 반인륜적 범죄와 테러행위를 자행해왔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제사회는 무모하고 잔학한 이번 사건을 심각한 우려와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이 올해 들어서도 (지난 12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맹복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안보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명백히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날 도주 중이라고 밝힌 북한 국적 용의자는 이희영(32)과 홍송학(34), 오종길과 이재남(57) 등 4명이다. 이들은 사건 직후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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