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CES] 신생업체, 로봇 가격 "비쌀 필요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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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생업체가 대중 소비자 시장을 대상으로 로봇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 값이 저렴한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있는 에볼루션 로보틱스는 자사의 기술을 이용하면 로봇들이 가격이 50달러 미만인 휠 센서와 웹캠을 기반으로 주위 환경에서의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가격이 레이저 레인지 파인더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로봇 네비게이션 시스템 가격에 비해 몇 분의 1밖에는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말한다. 레이저 레인지 파인더의 가격은 5000달러 정도이다.

에볼루션 로보틱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사 시스템을 통해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제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볼루션 외에도 모바일 로봇이나 컴퓨터 비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여기에는 컴퓨터 비전 전문 기관인 Tyzx와 포인트 그레이 리서치를 비롯해 로봇 제조업체인 아이로봇과 액티브미디어 로보틱스 등이 포함된다.

포인트 그레이 리서치 책임자인 블라디미어 투카코프는 에볼루션의 시스템이 이 분야의 돌파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네비게이션 가격이 훨씬 더 저렴해질 뿐 아니라 성능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볼루션은 2003년 CES에서 자사 기술을 소개했다. 'VSLAM(visual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라는 이 시스템은 로봇의 바퀴을 통해 움직이는 거리와 방향, 그리고 시스템에 내장된 카메라와 소프트웨어가 구별해내는 물체 등을 이용해서 특정 공간의 지도를 그려낼 수가 있다. 이 기술이 탑재된 로봇은 자신이 있는 위치를 유추해내기 위해서 자신의 바퀴에서 얻은 데이터와 카메라 이미지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이용하게 된다.

에볼루션 CEO 버나드 루뱃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먼저 로봇을 사용할 환경을 일차적으로 한 번 돌아다니면서 '훈련'시켜야 하지만, 이 시스템은 그후 가구의 위치가 바뀌었다든지 하는 변화가 있을 때 자신의 지도를 업데이트할 줄도 안다.

루뱃은 이 로봇이 장애물과 충돌하는 것을 피하려면 이밖의 다른 센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단 필요한 센서가 설치되면 VSLAM을 내장한 로봇은 자신이 가려던 맨처음 경로를 바꾸면서도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이 로봇들은 자신의 경로를 재조정하면서 목적지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루뱃은 자사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보안용 로봇 및 공장 로봇 제조업체와 같은 산업 주자들과 소비자 모두에게 판매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루뱃은 VSLAM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소비자 중심적인 로봇에는 진공 청소기와 가정 보안용 로봇, 모바일 화상회의 로봇, 오락기기 로봇 등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에볼루션은 일본의 장난감 제조사인 반다이와 계약을 맺었다. 반다이는 파워 레인저와 디지몬 제품들을 만드는 회사다. 지난 8일 에볼루션은 반다이가 자사의 네비게이션 시스템과 에볼루션에서 라이선스하는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로봇 기술을 이용해서 고양이처럼 생긴 로봇을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이란 인간과 로봇 사이에 서로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하거나 로봇 성격을 만들어내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 등이다. 반다이의 고양이는 2005년경에 완성될 예정이다.

루뱃은 에볼루션이 개발한 기술의 정확한 가격은 밝히지 않았지만, 소비자 로봇 소매가의 약 5∼1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볼루션은 지난 8일 ER2라고 하는 개인용 로봇의 프로토타입 한 가지를 소개했다. 한 개의 카메라 눈과 귀같이 생긴 돌출부, 그리고 흉부에는 비디오 스크린이 달린 이 작고 딱벌어진 체격의 로봇은 VSLAM 기술을 내장하고 있어서 가정 보안부터 어린이들과 함께 책읽기를 한다든지 아니면 화상회의에 이르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가 있다.

루뱃은 에볼루션이 이 로봇의 대량 생산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로봇 제조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품을 올해나 내년쯤 1000∼2000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볼루션은 2001년에 설립돼 벤처 기금으로 1000만 달러를 확보하기도 했다. 루뱃은 이 회사가 2004년부터는 기업 이익을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에볼루션이 지난 8일 발표한 내용은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고배를 마시고 난 후, 이제 차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로봇 네비게이션 개발 사업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로봇 전문가들은 모바일 컴퓨터 비전이라는 것이 1970년대에 사람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이라는 것을 이제 모두 알게 됐다고들 한다.

카네기 멜론의 교수 한스 모라벡은 최근 로봇의 '뇌' 속에 스테레오 카메라 여러 대와 3D 컴퓨터 그리드 한 개를 넣어서 만든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그는 에볼루션의 VSLAM 기술이 "아마도 시야가 자주 막히는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에볼루션이 만들어낸 시스템으로 인해 좀더 큰 로봇 시장이 구축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좀더 복잡한 기능을 가진 로봇을 만들어낼 미래로 가기 전에 사전 준비 단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모라벡은 어떤 일은 인간을 대신해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난 로봇이 언젠가는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액티브미디어의 CEO 제인 디이치는 에볼루션의 네비게이션 기술이 연구실이나 전자 제품 공장과 같은 상업적인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정밀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에볼루션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디이치는 R2-D2같이 스타워즈에나 나옴직한 드로이드를 만들겠다는 인류의 꿈을 아직까지 실현시키지 못한 산업계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일을 에볼루션이 하게 될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는 "성공적인 로봇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는 회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도 점점 이 분야에 대해 더 많은 신뢰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제공: ZDnet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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