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한탕주의」가 낳은 "사회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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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사회에 그 규모가 크든 작든 도박이 크게 성행하는 것은 그간의 한국사회 변화가 「한탕주의」의 도박적인· 투기로 점철돼왔음을 상징적으로 설명한다.
경제발전을 위해 치달려온 사회속에서 돈을 벌고싶은 생각으로 가득찬 사람들은 비록 부정을 해서라도 쉽게 돈벌 방법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 현상의 하나가 도박이다.
이와같은 주장은 25일하오2∼5시 한양대정신건강연구소(소장 김광일) 주최로 동대학 학생회관에서 열릴 「도박」을 주제로한 세미나에서 발표될 강신표 교수 (한양대· 문화인류학) 의 「현대사회에서의 도박」의 요지.
전통적인 화투로부터 트럼프· 빠찐꼬· 올림픽복권등이 다같은 도박의 변형으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또한 「판에 끼인다」란 의식도 도박을 성행케하는 원인의 하나로 어느 집단에 소속하려는 한국인의 강한 귀속감의 표현이라고 한다. 「끗발이 좋다」는 승부놀이는 등급별 경쟁심을 충족시켜준다. 상대가 「잡은 끗발」에 「속이고, 속임을 당하는」 재미는 또한 일상생활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것. 이 「한판」이 살맛을 나게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여럿이 함께 만났을때 언어적인 논의에 서투르다. 따라서 같이 술을 마시든가, 노래를 부르든가, 아니면 「섰다」판을 벌인다는 것. 식당이고 술집이고 어느 집의 초대자리에서고 남자들이 모이면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으례 「한판」을 벌이는 것은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판」을 벌이는 방식이나 그때 주고받는 풍자적인 말놀이 또한 그 시대상의 반영으로, 한예로 「싹쓸이」등으로 풍자와 야유의 즐거움을 맛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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