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데탕트시대」 열리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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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과 소련이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와 전세계에 배치된 중-단거리 핵미사일 페기에 합의했다는 뉴스는 긴장완화와 평화를 갈망하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에게 커다란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지난 반세기동안 인류를 위협해온 핵공포를 완화하고 70년대말부터 조성돼온 미소의「신냉전 체제」를 데탕트관계로 환원시키는 이른바 「뉴데탕트 체제」의 계기로 볼수 있다.
그동안 두 초강대국간의 협상에서 최대의 난관이었던 중거리핵전력(INF) 문제는 비록 양국간 핵전력의 3%에 불과한 양이지만 지난 81년 11월 제네바에서 첫 협상을 시작한지 실로 6년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이번에 타결된 철거대상 미사일은 사정거리 5백∼1천km의 단거리 미사일과 1천∼5천km의 중거리 미사일등 모두 1천기 이상이 폐기대상에 포함된다.
그동안 세계의 많은 강대국들은 고삐풀린 말처럼 나름대로의 논리를 퍼면서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린 결과 지금 지구상엔 인류를 수십번이나 파멸시키고도 남을 핵무기가 저장돼 있는 가공할 상황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레이건」대통령과 「고르바초프」소련 공산당서기장은 오는 11월하순 워싱턴에서 열릴 미소 정상회담에서 이 협정에 서명하고 보다 큰 이슈인 전략 핵무기의 50% 감축협상의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임기를 16개월 남겨둔 「레이건」으로서는 재임중 가장 큰 「업적」을 남기는 셈이 되며, 「고르바초프」로서도 미소간의 군비경쟁에 일단 제동을 걸어두면서 화급한 소련 국내경제 개혁정책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미소간의 핵감축 노력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그동안의 INF협상에서「키신저」등 미국내의 현실론자들이 제기했던 두가지의 전제조건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다.
그 하나는 소련이 한국·중공·일본등 동북아 3국을 겨냥해서 아시아지역에 남겨두려고 시도하고 있는 1백개의 핵탄두를 동시에 철거해야 하며, 또 다른 하나는 소련이 핵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 뒷전으로 시도할지도모를 재래식 무기의 대폭적인 증강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전제조건은 우연히도 우리 한반도주변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 또한 지대할 수 밖에 없었다.
「레이건」대통령의 말대로 INF협정체결을 미소가 수십년간 핵경쟁을 벌여온 이후 처음으로 한종류의 핵무기를 모두 제거한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이협정 이후에 파생될지도 모를 모든문제-협정의 준수여부와 그 기간, 재래식 무기의 터무니없는 증강, 특히 극동에서의 소련군사력 증강과 소·북한간의 군사적 협력강화-등을 계속 주의깊게 지켜 보고자 한다.
이번 합의를 통해 나타난 미소관계의 호전은 한국문제 해결의 외적환경과 분위기를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될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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