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4파전(2)대통령선거앞둔 각당 전략을 점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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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김영삼총재는 평소 김대중고문이 들어오면 웃는 낯으로 일어서서 악수를 청하던 것과는 달리 김고문이 옆자리에 앉을때까지 굳은 표정으로 그대로 앉아있었다.
회의 분위기가 초임부터 서먹서먹하더니 끝내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상도계의 김동영부총재가『사람들이나 끌어모은다고 일이되나…조심해야지』라고 지방 나들이를 힐책한 것이 발단이 되어 양측은 민주당을 만든 이후 처음으로 고함을 주고받았다. 김고문의 지방순회이후 조성된 양쪽의 감정이 터진 것이다.
두김씨는 아직까지도『국민 여망에 따라 단일화는 꼭 이룬다』『결코 경선은 않겠다』고 되뇌지만 속마음은 한결같이『단일화는 당신이 양보해야한다는 뜻』이라고 버티니 문제가 풀릴 수 없게 되어 있다.
광주와 대전을 방문한 김고문은『국민의 열기를 외면할수 없다』고 출마 의지를 강력히 시사했고 이에 맞서 김총재계의 민족문제연구소는『김총재를 후보로 단일화시키자』고 추대했다.
시간이 갈수록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후보 조정시기 문제만 해도 양쪽은『빨리 하자』『늦추는 것이 좋다』는 정도의 입장 차이뿐이었으나 지방나들이 문제에 들어가서는『중지하라』『2∼3곳 더 다닐 곳이 있다』는 식의 노골적인 대결양상을 보여 골이 깊게 패가고 있다.
이 지경이 됐으니 두 김씨가 대화로 후보를 조정하기는 이미 때가 지났다는 것이 중론이다.
큰변화가 없는한 이제 남은선택은△제3자 개입에 의한 조정△당내 경선△분당및 동시출마 뿐이다. 양쪽은 이 세가지 가능성에 모두 대비하고 있다.
제3자 조정이나 경선이 단일화의 방법론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런 방법으로 자기가 안된다고 생각할 경우 이 방법을 거부할 것이 현재로서는 확실하기 때문에 이 두가지는 방법으로만 그칠 공산이 크다.
실제 경선이 이뤄지자면 거쳐야할 첩첩한 난관이 있고 어느 쪽도 결정적 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양쪽은 경선준비를 하면서도 아직은 현실감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김고문이 최근 민주정당에서 경쟁이 왜 나쁜가고 은근히 경선의사를 보이는가 하면서도「경선」이 아닌「경쟁」이란 말을 쓰고 자기는 당권을 안쥐고 있기 때문에 경선은 불리하다는 말도 해 경선 가능성을 배제하는듯한 인상도 주었다.
실제 양쪽이 내세우는 경선의 전제조건이 판이하게 달라「경선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핵심은 36개 미창당 지구당의 처리 문제다.
현재 당내 세력분포를 보면 현역의원이 상도 39명, 동교 31명, 지구당위원장이 상도 30명, 동교26명으로 상도쪽이 약간 우세하다.
전당대회의 대의원 현황은 양쪽이 2백50명씩 나둬가진 창당 발기인은 동수이나 지구당위원장이 4명씩 추천하는 대의원수는 상도가 1백20명, 동교가1백4명으로 전체로는 상도가16명 많다. 또 총재가 임면할수 있는 당사무처 간부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따지면 상도계가 유리하다.
따라서 상도계는 현골격을 유지하는 선에서 경선을 하더라도 하자는 입장이고 반면 동교계는 나머지 36개 미창당지구당을 결성하여 지구당수를 창당때 약속대로 똑같이 46개씩 나눈뒤 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교측은 이에 덧붙여 당헌대로 지구당별 대의원수를 10명으로 늘리고 중앙상무위원 4백30여명도 새로 임명해 총1천9백여명의 대의원으로 매머드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이다.
대의원수를 늘려 매수 가능성을 줄이고 현격한 표차이로 표결과에 승복케하자는 명분이나 실은 밖의 바람을 전당대회장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상도측은 조직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양쪽이 서로 상처만 입을 뿐이니 이를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고 동교측은 미창당지구당 36개의 1천6백만 인구를 방치하고 어떻게 대통령선거를 치를 것이냐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전당대회 소집권자인 전당대회의장은 현재 동교계의 유제연 의원이 맡고 있으므로 상도계가 유리하다 하더라도 일방적인 대회를 치르기 어렵다.
따라서 단일화의 방법으로 경선이 운위되지만 결정적인 여론의 압력등 계기가 없는한 현실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
마지막 가능성으로 제3자 조정이란 방법이 있는데 이 역시 성공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정치적으론 매우 흥미있는 대목이다.
두김씨는 부총재 1명씩을 대리인으로 선정, 협의기구를 두고 있는데 하기로만 든다면 여기서 역할분담, 차기후보 담보, 공천권및 내각참여 보장등 협상조건을 마련할수 있다.
그러나 두사람 모두 후보·총재 단일화를 주장하고 양보할 생각이 없는만큼 협의기구는 현재까지 있으나마나한 상태다.
당외의 제3자로는 재야나 종교계가 있으나 이곳 역시 두 김씨 지지로 갈라져 있어 객관적인 조정을 하기가 어렵게되어 있다.
상도계는 가톨릭·개신교및 재야의 원로·중진·중견인사 대부분이 김총재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일정한 시점까지 단일화조정이 안되면 이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반면 동교계는 재야의 기층이 되는 학생과 근로자가 김고문을 지지한다고 맞서고 있다. 따라서 교계나 재야의 일부 저명인사들이 공개적인 단일화 압력을 가하더라도 누가 더 국민의 지지를 받느냐는 문제에 걸려 성사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로서는 어느 가능성 쪽을 따져봐도 두김씨간의 후보단일화는 난망이라고 할수밖에 없다.
김고문과 함께 광주를 다녀온 동교계 일부 의원들간에는『또 보따리를 싸야 할때가 닥치지 않겠느냐』는 분열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광주의 열기를 본 김고문이 민주당으로 출마가 불가능할 경우 차선책으로 분열도 불사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4파전 양상이 될때 단독지역기반을 가진 김고문이 유리할수 있다는 판단때문에 분열설이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상도측은 김고문계의 민권회와 민헌련이 통합했을때 이를 분열에 대비한 움직임으로까지 확대시켜 보았다.
동교계의 이룡희부총재도 사석에서『10월이 되어 두김씨의 경쟁상이 심화될 경우 차라리 둘다 나와서 국민의 심판을 받으라는 여론도 나올수 있다』며 동시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 동교동이 대의원 중심으로 조직을 다지기 보다 시·도별로 민권회 조직을 강화해 나가는 것으로 보아서도 당내 경선보다 독자출마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과연 두김씨가 따로 나서도 국민의 지지를 얻을수 있느냐는 점과 분열으로 인한 이미지 손상을 쉽게 회복할수 있느냐는 점등으로 쉽게 결별을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선거를 2개월쯤 앞두는 10월중순께가 돼야 확실한 전망을 할수 있을것 같고, 문제는 여건과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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