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향기] 동물도 자살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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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스트랜딩(Stranding)은 고래가 해안가로 밀려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해에도 호주의 해안가에 범고래 떼가 밀려와 죽는 일이 발생했었다. 이런 일은 장소는 조금씩 다르지만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자연 현상 중 하나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지구온난화, 먹이 고갈, 해양오염 심지어 어군탐지기나 군함에서 쏘는 초음파의 영향이라고까지 말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물 자살의 한 유형이다.

뭍으로 올라온 고래를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혹시 그들의 자유로운 죽음의 선택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한 동물원에서 일어난 다람쥐원숭이 사건은 자살이라고 불러도 타당할 만큼 극적이었다. 처음으로 새끼를 낳은 다람쥐원숭이 어미가 있었다. 그런데 새끼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죽어 버렸다. 보통 다람쥐원숭이 같은 소형 원숭이들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닌다. 새끼는 붙잡는 손아귀 힘이 대단해서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새끼가 죽은 날은 이상하게도 어미가 새끼를 안고 있었다. 젖을 주나 봤더니 이미 새끼가 죽어서 축 처진 상태였다. 그럴 경우 보통은 어미를 쫓아서 새끼를 떨어뜨리게 한다. 그날도 긴 장대를 이용해 어미에게서 새끼를 분리한 후 통상적인 부검과정을 거치고 바로 묻어 주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어미는 일체의 먹이와 일상적인 활동을 거부하더니 끝내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어미의 사망원인은 '자살'이라는 것 이외에 달리 쓸 말이 없어 진료부에 그냥 자살로 기록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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