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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넓혀준 '디지로그…' 발로 뛰는 환경기사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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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해 들어 유익한 기사들이 부쩍 눈에 띄어 반가웠다. 중앙일보 고문이신 이어령 선생님의 '디지로그 시대가 온다'의 연재가 내 눈길을 끌었다. 관심 없었고 어렵던 대목이 많더라도 주의 깊게 읽어 본 사람은 숙연할 만큼 그 박학다식함과 지혜로움에 감동하고 미래에 대한 안목을 넓힐 기회가 되었으리라 본다. 아무리 디지털 문화가 발전하더라도 그 바탕엔 아날로그의 수혈 없이는 불안한 것이란 의미에 깊이 동감했다. 1월 20일자에 다룬 '알고 쓰시나요-어원 아리송한 은어, 비어, 속어들'도 잘 보았다. 음식만큼이나 언어도 영혼을 지배하고 남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면에서 이 기사는 돋보였다. 무조건 재밌다고 쓰는 은어, 비어, 속어들. 그 어원이나 문화사회적 특성을 띠며 나타난 말을 알고 쓰는 것은 모르고 쓰는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삶의 격조가 뭔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간간이 이런 기사로 주의를 환기시켜줬으면 한다.

그리고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간판' 코너는 너무 그리웠던 기사다. 인생의 향기나 여백의 미는 찾아보기 힘든 간판들은 전 국토를 모자이크해 왔다. 오직 먹고 살겠다는 일념밖에 느껴지지 않는, 천편일률적으로 무지막지하고 부박하고 무식해 보인 간판들. 이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숨통이 트인다. 좋은 간판 10계명까지 제시해줘 고맙기도 했다. 이것도 반짝 기사가 되지 않게 지속적으로 아름다운 간판 만들기 운동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열려라 공부' 지면도 유익하고, NIE(신문활용교육)는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경제지식이 달리는 어른들에게도 유익한 기사였다. 특히 주식시장의 혼란이 큰 요즘 이에 대한 정보는 유익했다. 그리하여 바쁜 와중에 펼쳐보자마자 10분도 못 돼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가는 신문이 아니라, 오려놓고 다시 들여다 보는 신문이 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중앙일보는 분명 누군가에게 더 좋은 신문이 되고 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많다. 전 세계에서 환경재앙이 화두가 되는 마당에 중앙일보에서 환경 문제를 다루는 시선이 여전히 미흡한 기분이다. 왜 지율 스님이 목숨을 걸고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을 펼치는지, 새만금 갯벌이 왜 소중한지 언급 하나 없는 중앙일보를 보면 한탄스럽다. 다른 신문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국민도 그날 살기 바쁠 뿐이다. 이 와중에 제대로 된 환경평가도 없이 국책공사는 진행되고, 온 땅은 만신창이로 찢어지리라. 갈봄여름 없이 원시적인 자연은 망가져 가는데 여기서 무슨 조상의 숨결을 느끼며 역사성이 찾아질까 싶다. 저 감성적인 아줌마는 또 새만금타령, 환경타령을 하는구나 지적해도 할 수 없다. 감성이 척박한 현실을 구원할 수 있음을 목격할 것이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할 공사임을 알리기 위한 발로 뛴 기사는 영영 볼 수도 없이 갯벌은 사라지는 것 같다. 멸종위기 동식물 '깃대종'지정 기사를 보면서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환경실천'이란 코너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목청 높여 얘기하는 것이니,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

신현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