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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박사 “레디밀, 미국처럼 급성장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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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일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만난 강기문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글로벌 R&D센터장. [사진 최정동 기자]

8일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만난 강기문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글로벌 R&D센터장. [사진 최정동 기자]

강기문(59)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글로벌 R&D센터장은 1년에 200일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런 그의 해외 출장지 아침식사 메뉴는 10년째 현지 냉동식품이다. 지난달 다녀온 미국 출장에선 ‘레디밀(ready meal)’ 메뉴를 보름 동안 먹었다. 미국 냉동식품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레디밀은 데우기만 하면 한 끼 식사가 되는 일종의 가정 간편식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만난 강기문 센터장은 “미국 냉동식품은 완벽한 한 끼가 되도록 메인 요리와 채소·소스 등을 함께 구성한 것이 특징”이라며 “국내에서도 레디밀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기문 CJ 글로벌 R&D센터장
해외출장 때 아침은 현지 냉동식
“2020년 세계 만두시장 1위 목표”

강 센터장은 CJ제일제당 냉동식품의 살아있는 역사다. 제일제당과 일본 아지노모토의 합작회사였던 제일냉동식품 개발팀에 1988년 입사한 그의 첫 임무는 육가공 상품개발이었다. 치킨너겟이나 떡갈비·만두가 주요 생산 제품이었다. 강 센터장은 그중에서도 냉동만두에 주목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 판매하던 냉동만두에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았다. 강 센터장은 만두에 당면을 넣으니 식감이 풍부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또 고기를 쪘을 때보다 구웠을 때 맛있는 냄새가 나는 점을 응용해 군만두 개발에 나섰다. 모양도 굽기 편하게 납작한 모양으로 바꿨다. 그렇게 97년 내놓은 ‘백설 군만두’는 한 달 평균 매출이 10억원에 달하는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들어 CJ제일제당은 한국 식문화를 세계에 알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비전을 세웠다. 전략 제품은 만두였다.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중국의 딤섬, 미국의 브리또처럼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 많아서였다. 강 센터장은 2006년부터 1년여간 미국에서 근무하며 만두회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동시에 현지 공장 건설도 도왔다.

2012년 냉동프로젝트팀장을 맡은 그는 당시 1500억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냉동식품 매출을 현재 4000억원대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매출 성장의 주력은 연매출 1600억원에 이르는 ‘비비고 왕교자’였다. 고기와 채소를 갈아서 만두소를 만든 기존 냉동만두와 달리 각각의 재료를 칼로 큼직하게 썰어 한데 섞어 차별화한 제품이다. 비비고 왕교자는 지난해 말 한인마켓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 달 만에 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가능성을 엿본 이 제품은 올해 안에 미국 코스트코와 샘스클럽에 입점 예정이다. 2월부터 일본 코스트코에서도 판매한다.

베트남·러시아 등의 만두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고 중국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목표는 2020년 세계 만두시장 1위다. ‘만두 박사’ 강 센터장의 다음 출장지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식 만두인 ‘짜조’를 응용하면 유럽과 미국에 새로운 수출 활로를 마련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글=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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