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은 한국무역에 새 기회 … 기술집약 소재·부품 수출로 승부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한국 경제가 새로운 무역질서에 대응하려면 소재·부품의 경쟁력을 키워 고부가가치 중간재(제품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원료나 부속품)의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무역, 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도전과 대응’ 보고서를 12일 내놨다.

산업연구원 ‘뉴 노멀시대’ 보고서

연구원은 세계 무역이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과 때를 같이해 이미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뉴 노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상한 새로운 경제질서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세계무역 정체와 함께 저성장·저소비·높은 실업률 등이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금융위기 이전 세계 무역 호황을 주도한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감소가 세계 무역 정체의 주된 요인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향후 세계 무역량이 크게 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4차산업혁명의 진행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보고서는 “4차산업혁명은 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해 무역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인공지능, 바이오 등 이질적인 기술과 지식이 결합돼 새로운 성장 산업군이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려면 핵심 기술과 지식이 집약된 소재·부품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예컨대 최근 무역 침체기 속에서도 반도체 수출이 선전하고 있는 건 사물인터넷 발전과 같은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며 고부가가치 부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64억1000만 달러로 월 기준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을 경신했다. 증가율도 전년 동월 대비 41.6%로 지난달 전체 수출 증가폭(11.1%)을 웃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수요의 부침에 영향을 덜 받고 안정적으로 수출을 유지하려면 고부가가치 중간재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특히 한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중국의 중간재 산업 발전에 대응해 중간재 제품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