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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혈액순환 돕는 오메가3, 건강한 노년의 동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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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건강수명은 혈관 나이에 달렸다. 혈관이 늙고 병들면 협심증과 황반변성,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세수하듯 혈액이 흐르는 길도 깨끗하게 관리해 줘야 한다. 혈관에 영양을 공급해 건강수명을 늘리는 대표적인 실버 영양소는 오메가3다. 하지만 국민건강영양조사(2015)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대다수는 오메가3를 하루 권장 섭취량의 50~60% 수준만 먹는 데 그친다. 건강에 관심 많은 웰빙시대의 현주소다.

대표적인 실버 영양소

오메가3는 나이가 들수록 꾸준히 챙겨 먹어야 하는 영양소다. 노년기에 오메가3를 꾸준히 챙겨 먹으면 건강수명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의료비를 최대 3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권오란 교수팀은 65세 이상 노인이 7년간 매일 오메가3 보충제를 챙겨 먹었을 때 드는 구입비가 심혈관계질환(협심증·뇌졸중 등)에 걸렸을 때 드는 비용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2015)고 봤다. 건강도 지키고 의료비도 덜 드는 남는 장사란 얘기다.

심장마비 돌연사 위험 70% 감소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기영 교수는 “체내 오메가3가 충분한지 여부를 검사하는 ‘오메가3 지표’에서도 심혈관계질환과 오메가3의 연관성이 분명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오메가3 지표는 적혈구 세포막에 있는 오메가3 양을 측정한 것이다. 4% 미만이면 함량이 부족한 것으로, 8%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이 교수는 “오메가3 지표가 8% 이상이면 4% 미만인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 위험이 70%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오메가3가 건강수명을 늘려주는 건 구성 성분인 EPA와 DHA 덕분이다. 먼저 EPA는 중성지방이 간에서 합성되는 걸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동맥경화의 원인인 중성지방 수치를 줄여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는다. 이런 이유로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400㎎/? 이상일 때 오메가3는 약으로 쓰인다. 치료를 목적으로 고용량 오메가3를 투약한다. 중성지방은 150㎎/? 미만인 경우 ‘정상’, 150~199㎎/?일 땐 ‘경계’, 200㎎/? 이상이면 ‘높음’으로 진단한다. 이 교수는 “EPA는 혈압을 낮추고 맥박수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어 심혈관계질환 위험을 낮춘다”고 말했다.

DHA는 뇌·망막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 세포막이 건강해야 신경전달물질이 세포막에 잘 달라붙어 뇌와 신경 간 정보 교류를 원활히 해준다. EPA와 DHA라는 두 가지 주요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체내에서 혈액순환과 세포 재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면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산소·영양분을 전달해 심혈관뿐 아니라 뇌(치매), 눈(황반변성)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노인이 실명에 이르는 주원인이다. 눈에는 시세포·시신경이 모여 시력을 좌우하는 황반(노란색 원반 모양)이란 곳이 있다. 황반을 둘러싼 모세혈관에 혈액이 얼마나 원활하게 전달되는지가 황반 건강을 좌우한다.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안과학회지에 발표한 연구(2008)에 따르면 중년 여성 4만여 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매주 1회 이상 오메가3 지방산을 먹은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섭취한 사람보다 황반변성 발병 위험이 42% 적었다.

하루 500㎎ 이상 섭취 권장

치매 예방 원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치매 원인 중 하나는 뇌로 가는 혈관에 때가 껴 산소와 영양분이 잘 전달되지 않으면서 뇌세포가 죽기 때문이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혈관을 깨끗하게 하면서 뇌세포에 영양을 공급해 줘야 한다. DHA는 뇌세포를 재생하는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을 매일 섭취한 65세 이상 노인은 거의 먹지 않은 노인보다 치매 발생률이 19% 낮았다.

오메가3는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으로 꾸준히 먹어야 한다. 견과류에 있는 식물성 오메가3는 알파리놀렌산(ALA) 형태로 체내에 들어와 DHA와 EPA로 바뀐다. 그런데 알파리놀렌산이 EPA와 DHA로 전환되는 비율은 각각 21%, 9% 정도(여성 기준)에 불과하다. 예컨대 호두 1개에 함유된 오메가3는 120㎎이지만 체내에선 36㎎ 정도만 흡수되는 셈이다. 고등어 한 토막(100g)에는 DHA 와 EPA를 포함한 오메가3 지방산이 4.7g 들어 있다. 이는 권고량의 2배 정도 되는 양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 하지만 매일 고등어 같은 생선류를 먹기 어려워 보충제로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

오메가3는 건강 상태에 따라 권장량이 다르다. 권장량은 DHA와 EPA의 합을 말한다. 이기영 교수는 “심혈관계질환이 없는 사람은 하루에 최소 500㎎ 이상을 먹고,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 최소 1000㎎ 이상 먹는 걸 권한다”고 말했다. 단, 수술을 앞두고 있는 사람은 수술 전 의사에게 오메가3 복용 여부를 알려야 한다. 지혈이 잘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응고억제제(아스피린, 와파린 등)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도 오메가3를 피해야 한다. 혈액이 지나치게 묽어져 상처가 났을 때 회복이 더딜 수 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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