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공단, 직원들 기금운용 기밀유출 적발

중앙일보

입력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기금운용 관련 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8일 드러났다. 국민연금공단 감사실은 공공기관 정보공개 시스템 알리오(ALIO)에 연금공단 내부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공시 내용과 연금공단 측에 따르면, 사직 의사를 밝힌 3명(실장 1명, 직원 2명)은 공단 웹메일을 이용해 위원회 부의안건과 프로젝트 투자자료, 투자 세부계획 등의 정보를 유출했다. 기금운용본부에서는 보안상의 문제로 회사 메일만 사용할 수 있는데 관련 자료를 본인의 다른 웹메일로 전송한 뒤 이를 집에 있는 PC나 외장하드 등에 저장한 것이다. 이는 기금운용 관련 기밀정보 유출 및 비밀엄수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

공단 임직원들이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경우, 징계위원회에서 최고 수위인 파면까지 받을 수 있다. 파면당한 직원은 5년간 유관 기관에 재취업을 할 수 없다. 해당 직원들은 "업무가 너무 많아 집에서 처리하려고 했다", "내가 고생해서 만든 자료라서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따로 보관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외부 기관에 정보를 유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전략운용실장을 지낸 A씨는 이번 감사에서 자신의 사직서가 반려된 사실을 알고도 사모펀드(PEF) 본부장으로 재취업한 금융투자기관에 출근해 직장이탈금지까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금공단은 임직원이 관련 기관에 재취업할 경우 그 기관과의 거래를 6개월 간 제한하지만, 징계를 받은 임직원이 재취업할 경우 그 기관과의 거래는 최고 5년간 제한된다.

하지만 공단 측이 이에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운용실은 A실장의 재취업 사실을 알고 해당 기관과의 거래제한 조치를 했지만 이로부터 15일이나 지나 공단 웹메일을 점검했다. 때문에 추가적인 기밀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고 감사실은 지적했다. 감사운용본부도 전략운용실로부터 기밀유출 사실을 통보받고도 인사조치, 감사보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공단 고위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이 실제 외부 기관에 자료를 유출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의뢰했다"며 "유출된 자료는 이미 투자가 이뤄진 것들이어서 향후 투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금공단 직원이 기밀을 유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2월 기금운용본부 직원이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중기자산배분 내용을 담은 계획서를 유출한 사실이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한편 국민연금공단 소속인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25일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있는 전주로 이전할 예정인 가운데 직원 223명 중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37명이 퇴직했고 현재 사의를 표명한 직원도 20명에 이르는 등 인력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추인영·정종훈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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