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바람 탄 MLP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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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과 유가 상승 바람을 타고 MLP 펀드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MLP펀드’란 셰일·원유·천연가스 등을 운반하는 송유관이나 저장시설 등 인프라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MLP(마스터합자조합)에 투자하는 펀드다. 그동안 국제 유가 가격 하락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MLP펀드의 수익률이 유가 상승과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기대감을 등에 업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수익률 최고 46%
송유관·원유저장시설에 투자
“연내 유가하락 리스크 작아”

국내에 설정된 MLP펀드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40%를 웃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3일 기준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펀드’와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펀드’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각각 46.2%와 43.84%에 달했다. 올 들어 수익률도 4.41%와 4.7%로 높은 편이다.

이 펀드는 그동안 유가가 상승할 때 좋은 성적을 보였다. 2015년 초 50달러 선에서 출발했던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2015년 말 37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국내 MLP 펀드의 수익률은 -35%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해 한해 동안 국제유가는 연초 대비 46%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연구원 원자재팀장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가 되살아나고, 이로 인해 공급 과잉이 완화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완만하게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올해 유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추정한 WTI 가격 평균치는 1분기 52달러, 4분기 58달러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MLP의 사업 모델은 고속도로 통행료 수익구조와 유사하다. 파이프라인을 통한 오일·가스 운송 수수료가 주 수익원이다. 운송량이 많을수록 돈을 많이 버는 구조다. 이 때문에 경기 회복기에 좋은 성과를 보인다. 미국에서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펀드’의 위탁 운용을 맡고 있는 쿠싱자산운용의 존 머스그레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역사적으로 볼 때 경기가 호전되는 금리 인상기에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에너지 인프라 분야가 좋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MLP 펀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파리기후협약 폐기 등 환경 규제 완화 등을 에너지 공약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환경파괴 논란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인을 거부해 온 대형 송유관 프로젝트인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등의 신설도 재승인했다. 머스그레이브 CIO는 “불필요한 규제 철폐와 인프라 투자 확대, 미국 내 에너지 생산 확대, 원유와 LNG 수출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에너지 우선 정책’으로 에너지 산업의 활황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향후 원유 가격이나 미국 경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지켜봐야 할 요소다. 머스그레이브 CIO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를 지키지 않아 원유 가격이 떨어지거나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원자재 수요가 하락할 경우에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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