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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써봤습니다] 웬만하면 다 되네요 … 때론 버벅대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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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AI 비서’ 스피커

“자비스, 전화 바꿔줘.” “자비스, 조명.”

KT ‘기가지니’
TV와 연결해 쓰는 셋톱박스 기능
리모컨 없이 원하는 채널 볼 수 있어

SK텔레콤 ‘누구’
집~회사 걸리는 시간 알려주고
팟캐스트·라디오·동요 들려줘

아마존 ‘에코닷’
서울·도쿄·파리 전 세계 날씨 제공
가벼운 대화는 물론 농담까지 가능

미국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에게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스타크는 자비스에게 아이언맨 수트를 제작을 명령하고, 적들과의 전투 전략까지도 상의한다.

현실의 ‘AI 비서’ 제품들은 영화 속 자비스와 얼마나 비슷할까. 시중에 나와있는 AI 스피커 제품 세 가지를 직접 써본 결과,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어린이 자비스’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우울해”라고 말하면 “신나는 음악을 들어보는 건 어떠세요?”라며 음악을 재생하고(누구), “넌 똑똑하니?”라고 물으면 “딱 보기에 똑똑해 보이지 않나요?”라고 당차게 되묻는 센스도 갖추고 있다(기가지니).

기자가 일주일간 사용해본 제품은 AI 스피커의 원조 격인 아마존의 ‘에코닷’, SK텔레콤의 ‘누구’, 그리고 KT의 ‘기가지니’다. 누구와 기가지니는 각 통신사 대리점 혹은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에코닷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제품이 아니라 해외직접구매를 통해 구입했다.

지난 1일에 출시된 ‘기가지니’는 셋톱박스 역할도 하기 때문에 TV와 연결해서 사용한다. 가장 최근에 나온 제품답게 기능도 가장 다양하다. “강남역 가는 카카오택시 불러줘”라고 말하면 스마트폰에 설치된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이 열려 호출 버튼을 누르면 된다. “짜장면 시켜줘”라고 물으면 인근 중국집 목록이 TV에 나와서 리모콘으로 선택할 수 있다. KT 인터넷 전화 가입자라면 바로 주문도 가능하다. 미국에서만 음식 주문이 가능한 ‘에코닷’과 도미노 피자·BBQ치킨만 주문이 가능한 SKT ‘누구’보다 훨씬 편리하다. “JTBC 틀어줘”라고 하면 리모콘을 사용하지 않고도 바로 해당 채널로 이동한다. “엄마한테 전화 걸어줘”라고 하면 곧장 전화 연결음이 들린다. 넓은 TV 화면으로 여러 기능이 구현되기 때문에 중장년층에게까지도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PTV 및 음식 배달 기능 등은 결국 마지막에 리모콘을 써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SK텔레콤 ‘누구’는 지난해 가을에 출시된 후 여러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 중이다. “회사까지 얼마나 걸려?”라고 물으면 등록된 회사까지의 소요 시간을 알려준다. 라디오는 물론 팟캐스트도 들을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요와 동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알렉사’로 유명한 아마존의 ‘에코닷’은 영어로만 구동 가능하다는 큰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손바닥에 올릴 만큼 작은 크기에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AI 비서’보다는 ‘AI 친구’처럼 느껴졌다. 글로벌 IT 기업에서 만든 기기답게 서울·대구·부산은 물론 샌프란시스코·파리·도쿄 날씨까지도 알려준다. 다양한 게임과 유머도 구사한다. “가위바위보 게임하자”고 하니 알렉사는 “하나, 둘, 셋”을 외쳤다. 순간 가위를 내밀었지만 “바위!”를 외친 손 없는 알렉사가 이겼다. “농담 들려줘”하면 “만(bay) 위를 나는 갈매기(seagull)는 베이글(bay+gull)”과 같은 썰렁한 개그도 수시로 한다. “노래 부를 줄 알아?”라고 물으면 “ 나? 노래 부르는 거 완전 싫어~”라고 대답한 뒤 뻔뻔하게 팝송을 부른다. 국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에코닷’은 영어만 알아듣기 때문에 영어 공부용으로도 좋다”는 후기가 많이 올라온다.

세 개 제품 모두 일정·날씨·알람시계·음악 재생 기능 등 기본적인 ‘비서’ 기능을 능숙하게 구현한다. 미 온라인 경제 매체 비지니스인사이더의 설문 결과, AI 스피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능은 타이머·음악·뉴스·알람 기능 순이었다. 쇼핑 기능이나 온도 조절 등의 홈 IoT 기능은 전체 이용자 10명 중 3명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세 개 제품 다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배터리가 장착돼있지 않아 전원 플러그를 연결해 고정해놓고 써야 한다. 또 ‘기가지니’와 ‘누구’ 모두 음성 인식률이 ‘에코닷’보다는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을 걸지 않았는데도 뜬금없이 반응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20번에 2~3번 꼴로 대화가 안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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