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에…전 노르웨이 총리도 공항 억류

중앙일보

입력

노르웨이에서 총리를 지낸 인물이 미국 공항에서 억류된 일이 발생했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를 따르면, 셸 망네 본데비크 전 노르웨이 총리는 지난 2일 미국 워싱턴공항에서 1시간여 동안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본데비크 전 총리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던 길이었다.

워싱턴공항이 본데비크 전 총리를 억류한 이유는 그의 여권에서 2014년 이란 방문 기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시 본데비크 전 총리는 인권 컨퍼런스 연설차 이란에 간 것이었다. 전 노르웨이 총리라는 설명과 외교 여권 소지자라는 사실, 이란 방문 목적이 연설이었다는 주장에도 본데비크 전 총리는 즉시 풀려나지 않았다. 결국 본데비크 전 총리는 40분 대기, 20분 심사 후에야 미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본데비크 전 총리는 미국 ABC7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테러리스트가 이 나라에 입국하는 것을 놔두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외교 여권을 갖고 있고, 전 총리라는 것을 알았을 땐 그걸로 충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내가 이 나라에 아무런 문제나 위협이 안 된다는 것을 안 즉시 입국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난민과 무슬림 7개 나라 시민의 미국 입국을 일시적으로 막는 반난민·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조처에 세계 각지에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는 중이다. 본데비크 전 총리의 공항 억류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본데비크 전 총리는 노르웨이 매체 더 로컬에 "테러에 대한 두려움은 이해하지만 민족 전체를 그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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