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삼성” 미국에 새 공장 건립 못 박은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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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

로이터 “가전공장 가능성” 보도에
트럼프, 트위터 통해 기정사실화
삼성 “다양한 방안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큐’ 트위터 인사가 삼성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의 트위터(사진)는 로이터통신이 서울발로 “삼성이 미국에 가전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있다(Samsung may build U.S. plant for home appliances )”고 타전하면서 비롯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로이터가 삼성에 미국 내 공장 설립을 물어온 것은 2일(한국시간). 삼성은 “제품 수요, 투자 필요성 등을 감안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전했다. 이후 로이터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인 것처럼 기사를 띄웠고, 이 기사를 미국 내 ‘AXIOS’라는 매체가 “트럼프 효과, 삼성이 미국에 공장 지을 듯(Trump effect:Samsung may build U.S. factory)”이라는 제목으로 인용 보도했다. 트럼프는 AXIOS의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링크하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삼성의 미국 공장 추가 건립 가능성은 그간 여러 차례 보도돼 왔다. 삼성전자 역시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미국 안에 가전이나 휴대전화 공장 설립을 검토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17’이 이 같은 보도가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전시회에 참석한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지만 (북미시장에서 가전 사업 경쟁력을 제고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윤 사장의 발언도 “원론적 수준의 언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 기업에 대한 트럼프의 공장 신설·이전 압박 정책이 거세지면서 삼성도 결국엔 이에 호응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확산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가전이나 휴대전화는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장을 설립하면 가전이나 휴대전화 생산공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삼성은 곤혹감에 휩싸였다. 아직 내부적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가 트위터 감사 인사를 통해 삼성의 가전공장 건립을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내 가전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미 삼성에 앞서 현대차와 LG전자가 미국에 투자를 추가로 하거나 생산시설을 짓겠다는 발표를 한 상태다. 삼성이 검토 끝에 ‘채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장 건립을 없던 일로 결론 내면 삼성의 미국 사업은 험로를 각오해야 할 판이다.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케레타로 등에서 TV와 세탁기, 냉장고를 생산해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해 온 삼성으로선 트럼프 정부의 국경세 폭탄에서 안전하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결정된 게 없어 답답하다”며 “검토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는 올해부터 10억 달러 투자가 예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서울=박태희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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