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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이식' 성공으로 국내 장기이식 새 역사 열렸다…"현실 맞춘 법 개선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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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호흡기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내 최초 팔 이식 수술결과 보고회`에서 수술에 참여한 대구 W병원 우상현 병원장(왼쪽 세 번째) 등 의료진과 대구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구시 차순도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 우 병원장, 윤성수 영남대병원장, 이준호 영남대병원 성형학과 교수, 도준영 영남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사진 대구=김정석 기자]

3일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호흡기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내 최초 팔 이식 수술결과 보고회`에서 수술에 참여한 대구 W병원 우상현 병원장(왼쪽 세 번째) 등 의료진과 대구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구시 차순도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 우 병원장, 윤성수 영남대병원장, 이준호 영남대병원 성형학과 교수, 도준영 영남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사진 대구=김정석 기자]

대구에서 국내 장기이식 기술의 새 역사가 열렸다. 3일 오전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다.

팔 이식 수술은 미세접합수술의 최고 난이도 수술이다. 간이나 심장 이식은 단일 조직을 옮기는 것인 반면 팔은 혈관과 뼈, 조직 등 여러 조직을 이식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도 팔 이식 수술이 이뤄진 것은 70건 정도며, 아시아에선 인도에 이어 한국이 2번째로 성공했다. 의료선진국으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아직 시행 사례가 없다.

수술은 대구 W병원 우상현 병원장이 주도했다. W병원·영남대학교병원 의료진 30여 명이 2일 오후 4시부터 10시간 이상 매달린 대수술이었다. 우 병원장은 3일 오전 영남대학교병원 호흡기센터 세미나실에서 수술결과보고회를 열고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이 자리를 잡는지, 거부반응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최소 일주일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현재 환자는 힘줄 연결이 잘 돼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식 수술은 40대 뇌사 남성이 팔을 비롯한 장기 기증을 결정하면서 급히 이뤄졌다. 팔 이식을 받게 된 수혜자는 1년6개월 전 사고로 왼팔 일부가 절단된 30대 남성이었다. 우 병원장은 "장기 기증을 결정한 고인은 팔뿐만 아니라 심장, 폐, 관절, 골수, 뼈 등 많은 장기를 주고 가셨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앞으로 팔 이식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팔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팔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환자는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식된 팔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우 병원장은 "지난 1999년 미국에서 스캇 매튜라는 미국인이 최초로 팔을 이식받았는데 18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 이상 없이 팔을 쓰고 있다"며 "팔은 신장이나 폐 같은 내부 장기보다 오히려 거부반응도 적기 때문에 성공률이 90%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우 병원장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행법을 지적하기도 했다. 법적으로 '팔'은 이식 대상 장기에서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팔 이식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 이식 대장 장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현행법에는 신장·간장·췌장·심장·폐·골수·안구 등 7개 장기와 소장을 이식하면서 함께 따라오는 위장·십이지장만을 이식 대상 장기로 정했다.

우 병원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할 수 있는 이식 수술을 한국에서 못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더라도 화장해서 없앨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장기기증 수술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인류에겐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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