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대
출연 트린 디어홈, 율리히 톰센, 마샤 소피 발스트룀 한센, 헬렌 레인가르드 뉴먼 장르 멜로드라마 상영 시간 112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월 2일
별점 ★★★ 모국 덴마크의 가족·공동체 문화는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오랜 테마다. 영화의 순수성 회복을 외친 ‘도그마 95 선언’을 반영해, 제5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광받은 초기작 ‘셀레브레이션’(1998)부터 말이다. 한 소녀의 거짓말로 삶이 뿌리째 뽑힌 유치원 교사의 공포감을 파고든 ‘더 헌트’(2012)까지, 그는 공동체와 개인의 갈등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인물들의 심리를 생생하게 포착해 왔다.
그러나 ‘사랑의 시대’는 소재와 인물 묘사 등 모든 면에서 전작의 폭발력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의미 있는 건, 빈터베르그 감독의 공동체 탐구의 원점을 엿볼 수 있는 자전적 작품이기 때문이다. 극의 무대는 세상의 모든 권위에 도전했던 ‘프랑스 68혁명’ 정신이 전 세계로 번져 나간 1970년대 덴마크. 당시 소년이었던 빈터베르그 감독은 사회적 관습을 탈피한 공동체 속에서 자라던 중 부모의 이혼을 맞닥뜨렸다. 그는 10대 소녀 프레아를 자신의 분신 삼아 이 작품을 연극으로 먼저 공연한 후 스크린에 옮겼다.
극 중 아홉 남녀가 서로 거리낌 없이 알몸을 드러낼 만큼 자유분방하고 유쾌하게 출발한 공동체 생활은, 이내 생활 습관과 빈부 격차로 인해 균열을 빚는다. 흥미로운 건 따분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공동체 생활을 주도했던 안나가 가장 먼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무너져 내린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남편보다 우월한 지위와 재력으로 아쉬울 것 없이 살던 그가 새로운 여성 때문에 흔들리는 과정이 통속적인 불륜 치정극을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 ‘인 어 베러 월드’(2010, 수잔 비에르 감독) 등에서 호연을 펼친 트린 디어홈의 섬세한 열연도 양날의 검이다. 나머지 등장인물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안나 캐릭터가 극을 압도해, 이 영화의 주제가 다소 모호해지고 말았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 ‘더 헌트’에서 집단의 폭력성을 집요하게 파고들던 거장의 손길은 어디갔을까. 전반부의 공동체 탄생은 따분하게 이상적이고, 후반부의 공동체에 대한 회의는 지루하게 전형적이다. 김효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