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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우클릭…새 대법관에 보수파 고서치 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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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31일 닐 고서치(왼쪽) 미국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신임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직후 연설하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 발표는 백악관의 홈페이지와 SNS,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진보 진영은 고서치 지명에 반발하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화=뉴시스]

지난달 31일 닐 고서치(왼쪽) 미국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신임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직후 연설하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 발표는 백악관의 홈페이지와 SNS,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진보 진영은 고서치 지명에 반발하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화=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닐 고서치(49)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신임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TV 생중계를 통해 “최고의 판사를 찾았다. 법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이라며 고서치 지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사망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다.

트럼프 발표에 진보 측 “재앙 수준”
공화 8석 부족해 상원 통과 난항 예고

콜럼비아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마친 고서치는 1993~94년 연방대법원에서 바이런 화이트 전 대법관과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재판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법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6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로스쿨 동기다. 미 언론은 그를 “ 전임자인 스캘리아 대법관을 이을 적자”라 평가했다. 보수적인데다 법조문 단어를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원전주의자(originalist)·원문주의자(textualist)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성향은 매우 유사하다.

대법관은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되는데, 고서치가 인준을 받으면 진보·보수 4명씩 균형을 이루고 있는 연방대법원은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된다. 인준을 위해선 상원 100표 중 60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공화당이 차지한 의석은 52석뿐인데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통해 표결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진보 진영은 이미 고서치 지명이 “재앙 수준의 선택”이라며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그의 지명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는 웹사이트(www.stopgorsuch.com)도 개설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은 “고서치는 여성과 동성애자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소비자와 노동자 보호를 약화시키려는 보수 집단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언론들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법관 지명자 발표에 대해 “한 편의 잘 짜여진 쇼 같았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하루 전 트위터를 통해 지명을 예고했으며, 발표 시간을 황금시간인 저녁 8시로 잡았다. 통상 지명자와 함께 발표 현장에 들어서는 관례를 깨고 홀로 등장해 연단에 섰다. 또 고서치는 물론, 함께 최종후보에 오른 토마스 하디만 제3순회 연방항소법원 판사까지도 워싱턴 DC로 불러들였다. CNN은 “트럼프는 경쟁을 좋아한다. 백악관이 마지막까지 최종 선택을 비밀에 부치고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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