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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카리스마 없어” “반기문, 가짜 뉴스에 당할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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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선주자들이 접한 민심의 쓴소리

설 연휴 동안 각 대선주자들이 접한 ‘민심의 쓴소리’는 어떤 것이었을까. 중앙일보는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측의 캠프 관계자에게 “연휴 기간 중 현장에서 들은 쓴소리를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이 연휴 기간 중 접한 쓴소리 중엔 각 주자들의 약점을 콕 짚어낸 뼈아픈 내용이 많았다고 한다. 지지율 상위권을 기록 중인 주자들에겐 공통적으로 “더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충고가 나왔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문 전 대표에게는 강한 모습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카리스마가 없다. 카리스마를 키우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결국 ‘지금처럼 하면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는 따끔한 회초리를 주는 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반기문 전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이 말하는 정치 교체의 뜻은 공감하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여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 같은 것에 당하는 것도 결국 의제를 선점하지 못하고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는 질책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의 이용호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잊히고 있는 남자’가 안 되려면 반문재인 진영을 하루빨리 주도해 대통령감에 걸맞은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약한 후보들은 “누군지 모르겠다”거나 “가벼워 보인다”는 냉정한 평가를 들어야 했다.

안희정 지사 측의 김진욱 공보특보는 “안 지사는 인지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니냐. ‘문재인 대세론’이 있는데 안 지사가 이번에 될 수 있겠느냐. 이번 순서가 아니고 차차기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 측의 민현주 전 의원은 “유 의원이 누군지 잘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과 싸운 건 알겠는데, 유 의원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으니 좀 더 열심히 뛰어다녔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꽤 있었다”고 전했다.

남경필 지사 측의 이성권 전 의원은 “남 지사가 모병제나 수도 이전 같은 다양한 어젠다를 과감하게 던지기는 하는데 너무 가벼워 보인다. 의욕이 너무 앞서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반면 “패션 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이색적인 충고를 들은 주자도 있었다. 이재명 시장 측의 장형철 보좌관은 “코디 좀 잘하라. 헤어스타일이나 안경이 너무 회사원 같다. 패션에 신경을 쓰라고 말 하 는 분들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대선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신선한 부분이 희석되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이번 설 민심이 싸늘했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방법은 달랐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30일 당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이번 설 민심을 한마디로 줄이면 바꿔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설 민심 대세론은 ‘정권 교체’ 네 글자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설 민심에 대해 느낀 것은 그동안 보수 정당을 지지해 준 많은 분이 이대로 가면 보수가 정권을 내주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라며 “우리나라 보수층의 대선 패배에 대한 위기의식이 굉장히 강하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허진·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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