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마라톤’, ‘국제평화마라톤’으로…대선 가까워지자 반 전 총장 흔적 지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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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가까워지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에서는 반 전 총장의 흔적 지우기가 시작됐다. 반 전 총장의 이름을 넣은 사업 등이 대선 행보에 불필요한 논쟁에 휩싸이거나 사업의 순수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서다.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 체육회는 10회째 이어온 ‘반기문 마라톤대회’ 명칭을 ‘음성 국제평화마라톤대회’로 바꾼다고 30일 밝혔다.

체육회는 이름이 바뀐 11회 대회를 오는 5월 28일에 열기로 잠정 결정했다.

음성군도 음성읍 신천리 36번 국도 700m 구간의 도로명인 ‘반기문로’ 명칭 사용 등 각종 반기문 기념사업 추진 가능 여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질의했다. 음성군이 선관위에 보낸 공문에는 반 전 총장의 이름이 들어간 9개 분야 20여 건의 사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 담겼다.

이필용 음성군수는 “반 전 총장이 대선 주자로 정치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반기문이란 명칭 사용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마라톤대회 명칭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 군수는 “그동안 수입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1000만원을 지원한 점 등을 감안해 국제평화란 명칭을 쓰기로 결정했다”며 “도로명 사용 등도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하는 차원에서 질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이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낸 충주시도 올해 1회 추경예산 편성 때 반기문 기념사업에서 반 전 총장의 이름을 뺀 새로운 사업 명칭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속의 반기문 알리기 국제협력사업’은 ‘새마을 국제협력사업’으로 바꾸고, 반기문 꿈자람 해외연수, 반기문 비전스쿨, 반기문 해외봉사 등 사업은 반 전 총장 이름을 모두 빼기로 했다.

충주시 모시래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논 그림 [사진 충주시]

충주시 모시래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논 그림 [사진 충주시]

‘반기문 논 그림’ 사업도 중단하기로 했다. 충주시는 지난해 7월 달천동 충주종합스포츠타운 터 앞 모시래뜰에 반 전 총장의 상반신을 형상화한 논 그림을 만들었다. 9917㎡ 크기의 논에 자도(자주색)·황도(노란색)·적도(검은색) 등 3종의 유색 벼 품종을 심어 목에 수건을 두르고 밀짚 모자를 쓴 반 전 총장이 왼손에 볏단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논 그림 조성에는 임대료 등 시 예산 3000만원이 들었다. 당시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을 지나치게 홍보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음성=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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