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박지원 오후엔 안희정 만나 … 대선 전 개헌 불 지피는 김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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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모임에 참석해 “북한 참여는 올림픽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25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모임에 참석해 “북한 참여는 올림픽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제3지대론’(비박근혜계+비문재인계)의 한 축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동선(動線) 폭이 커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5일 오전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오후엔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났다.

문재인 겨냥 “그 세력은 제외하자”
반기문과 손잡기엔 부정적 반응
김 “킹메이커 안 해, 뭘 같이하나”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난 김 전 대표는 박 대표와의 조찬 회동에서 “시간적인 허용이 되면 국회가 개헌을 빨리 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했다”며 “개헌을 하게 되면 차기 대통령 임기는 3년으로 저절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가 ‘특정 후보 측에서 개헌에 미온적인데 그 세력을 제외시키더라도 개헌이 가능하도록 박차를 가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배제하는 개헌 연대를 추진하자는 뜻이다. 박 대표는 김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선 “그걸 이야기하면 천기누설”이라면서도 “미뤄 짐작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측근 인사는 “판을 키워 보려고 하는 말이지 국민의당에 입당할 일이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김 전 대표는 오후에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진 안희정 지사를 만났다. 김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지난해 6월 회동한 적이 있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측근들에게 “여러 사람을 만나 봤는데 안희정이 아주 건강하고 건전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기자에게 “안 지사가 아직도 건전하더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안 지사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사안 등에서 “ 결정을 뒤집는 건 어렵다”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 지사 측은 “김 전 대표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지닌 신념과 열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김 전 대표가 손만 잡아 준다면 비문재인계를 파고들어 ‘문재인 대세론’을 뒤집는 역전 드라마를 써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1일 회동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같이 정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예전에 킹메이커 노릇은 안 한다고 그랬는데, 뭘 같이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쪽에서 얘기하는 건 일방적인 얘기다. 내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나라 틀을 바꾸지 않으면 후 대가 어렵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로 경제 틀을 바꾸고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게 김 전 대표의 생각”이라며 “ 개헌은 힘을 합쳐서 해야 되는 거고, 누가 정권을 잡아도 연정을 하지 않고서는 정부를 끌고 갈 수 없는 만큼 김 전 대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위문희·안효성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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