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3·13’ 탄핵 시한 … 합리적 결정 내리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탄핵심판 시계가 3월 13일에 맞춰졌다. 어제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까지 결론 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국론 분열과 이념·계층·세대·지역 갈등의 상처를 씻어내고 혼란과 혼돈에 속히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결단이라고 평가한다.

‘3·13’ 시한은 절차적 정당성의 측면에서 타당하다. 탄핵심판의 결론은 9인의 재판관 모두가 참여해 치열한 논의를 거쳐 도출되는 게 정상이며 바람직하다. 하지만 박 소장이 퇴임(1월 31일)하고 이정미 재판관마저 물러나면(3월 13일) 정족수를 가까스로 넘는 7명의 재판관만 남게 된다. 6명의 재판관이 찬성해 탄핵이 인용돼도, 2명이 반대해 기각돼도 불복과 논란의 소지가 남는다. “심판 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박 소장의 우려에 공감하는 이유다. 현재로선 8명의 재판관이 결론을 내는 것이 공정성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시간적 관점에서도 ‘3·13’ 시한은 적절하다. 우리는 작금의 혼란과 혼돈을 거둬 내려면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줄곧 주문해 왔다. 사방에서 ‘철쭉 대선’(3~4월), ‘벚꽃 대선’(4~5월), ‘땡볕 대선’(여름) 등의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선후보들도 우후죽순 나선다. 탄핵심판을 질질 끌 경우 복잡한 미궁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3·13’ 이전에 결론을 내리는 게 맞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협조는 절실하다. 헌재의 ‘3·13’ 방침에 박 대통령 측이 ‘불공정성’ ‘중대 결심’ 등을 거론하며 반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미 헌재가 소명 기회를 줬음에도 박 대통령은 외면했다. 박 대통령은 특검 활동 종료(2월 28일) 전에 파면되면 불기소 특권이 사라진다는 점 등을 노려 지연 전술을 펴고 있다. 그로 인해 양쪽으로 갈린 국민들의 대립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제 꼼수는 접고 헌재 심판정에 서서 정정당당히 입장을 밝히라. 그게 마지막 품격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