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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열성팬 120만 ‘화장품 권력’ … 방송에 소개만 하면 완판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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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뷰티 엔터테인먼트’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박수혜 대표. [사진 김성룡 기자]

‘뷰티 엔터테인먼트’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박수혜 대표. [사진 김성룡 기자]

“독창성을 갖춘 저만의 콘텐트로 K뷰티를 전세계에 알리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메이크업 방송 ‘씬님’ 박수혜 대표
자타공인 1세대 뷰티 크리에이터
팬덤 막강, 누적 조회 2억 건 넘어
광고·동영상 등 월 매출 3000만원

독특한 메이크업 방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박수혜(27) 씬님 대표는 자타공인 1세대 뷰티 크리에이터다. 씬님은 박 대표의 닉네임이자 회사 이름이다. 120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적 조회수는 2억1700만 건을 넘어섰다. 팬미팅 현장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될 정도로 그의 팬덤은 막강하다. 중앙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화장품 패키지 디자이너를 꿈꾸던 박 대표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직업이 돼 버렸다”며 “화장을 놀이처럼 즐긴 것이 인기를 얻게 된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영상 속에서 자신만의 보이시한 캐릭터를 창출해낸다. 여성미를 강조한 대부분의 뷰티 크리에이터들에게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그는 콘텐트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똑같은 화장법을 알려주더라도 빠른 시간에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흡인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뷰티 영상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여성스러움을 어필하는데요. 저는 성격이 워낙 터프해서 그런지 영상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아요. 왠지 화장품과는 어울리지 않는 남성적인 모습들이 오버랩되면서 저만의 독특한 맛을 내게 된 것 같습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동영상은 주제도 독창적이다. 일반인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개성 있는 메이크업을 소개한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빅뱅·방탄소년단·비투비 등 남자 아이돌 메이크업을 똑같이 따라한다. 또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한 브랜드의 립스틱 100개를 팔뚝에 일일이 칠해가며 ‘발색 테스트’를 해보인다. 특히 ‘몹쓸 제품’이라 혹평을 받은 화장품만 모아서 화장을 한 뒤 우스꽝스럽게 소감을 전한 영상은 조회 수가 무려 220만 건을 넘을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씬님이 만들어내는 콘텐트의 경제적인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아모레퍼시픽·토니모리·스킨푸드 등 요즘 잘나가는 화장품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크리에이터이자 화장품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 행사에 초대하고 싶은 1순위 스타이기도 하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마스크팩·파운데이션·아이섀도·립스틱·아이라이너·속눈썹 등은 매출이 두세 배씩 오르고, 그의 추천 스티커가 붙은 제품은 완판될 정도다. 지난해 3월 한 화장품 업체와 손잡고 만든 동영상은 4일 만에 조회 수 25만 건을 기록했고, 동영상 공개 뒤 하루 만에 3000세트가 다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동영상 조회 수, 광고 모델, 제품 컬래버 등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월 2000만~3000만원 정도라는 박 대표는 “영상을 만들 때 무엇보다 ‘진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제품의 질이 좋지 않으면 절대로 광고를 찍지 않습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저를 믿고 좋아해 주는 구독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구독자들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 뷰티 크리에이터로서의 생명도 끝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설령 광고 영상을 찍게 되더라고 철저히 팩트 위주로 하려고 노력해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다 보니 광고주들과 가끔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최근 CJ E&M이 개국한 ‘다이아티비’의 고정 출연자로도 맹활약하고 있는 박 대표의 시선은 이제 해외로 향하고 있다. 목표는 인기 유튜버를 넘어 K뷰티 전도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모든 영상에 영어는 물론 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 자막을 달아놓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전체 구독자의 10~20% 정도가 해외 구독자”라며 “해외 시청자들은 테크닉보다는 한국 특유의 화장 문화나 화장품 브랜드를 소개하는 콘텐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글=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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