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자냐 파직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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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회만 있으면「협력」을 강조해온 김영삼· 김대중 두김씨가 그동안의 다짐과는 달리 틈새가 벌어져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정치일정이 본격적인 대권경쟁늘 향해 다가갈수록 두사람의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으리란게 일반적인 예상이었지만 이미 쌍방간엔 같은 목소리나 화음을 만들어내기보다「찌그럭」거리는 부협화가 늘어가고 있다.
특히 김고문측의민권회가 그의 대통령후보 추대를 공식선언한이후 쌍방의 대결은급격히 타올라 감정문제로까지 번져가는 듯한인상이다.
두김씨가 나란히 앉아 주재한 29일 상오의 민주당 정무회의는 두집안의 갈등을 단적으로 노츨시켰다.
김영삼총재가 민권회의 후보추대에대해『두사람간에 해결할 일을 측근에서 들고나와 잡음을 일으키는일은 삼가달라』고 하자 동교동계의 양순직부총재는『총재가 모신문 인터뷰에서 먼저 총재·후보 단일학를 들고나와 섭섭했다』고 공박하면서 상도동계인 김태룡대변인을 겨냥해 당대변인인지, 계파대변인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그러자 김대변인 역시 당부총재인지, 특정계파 부총재인지 모르는판에 대변인이 계파발언을 한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대들었다.
이처럼 두김씨간의 후보경쟁이 격화되면서 민주당내에는 당과 계파 차원이 혼동되고 당직자의 역할과 명분까지 흔들리는 판이다. 스스로의 지적대로 당의 부총재·대변인이 아니라 계보의 부총재·대변인이 되어 계보 이익을 다투는 모습이었다.
이때문에 당초 의제였던 대통령선거법등 개헌부수법안 개정시안은 손도못댄채 뒷전으로 밀렸고 참석자들은헤어져서도 감정의 응어리를 삭이지못해 서로를 헐뜯었다. 정치인이 대권에 뜻을 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두사람이 틈만 있으면 외쳐온 대국민 약속은 과연 어떻게 될것인가.
최소한 경쟁이 민주화 일정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우선 정무회의때와 같이 계보일로 공당의 정상 기능이 삐걱거리는것은 곤란하다는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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