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공·좌경세력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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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앞두고 민주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 시련과 진통은 만만치않다.
여야 협상은 지연되고 노사 분규와 파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개학을 맞는다. 운동권 학생과 급진 과격세력의 도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27일 총리성명을 통해 각계에 침투해 있는 좌경·용공세력을 단호히 척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김정렬총리는 정부가 좌경세력에대해 중립자세를 갖는 것은「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밝히고 그들은 민중의 이름으로 민주화를 내걸고는 실제로 민주화를 파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민주화 최대의 저해요인은 사회혼란과 국론분열이다. 이런 요인은 일부 급진파의 한계를 넘은 과격행위에서 나오고 있다. 개학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노학연계를 우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자본주의를 국가건설의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이 두가지 국가이념에 저해되는 좌경·용공을 규제해온 정부의 방침은 국가안전이나 체제보전을 위해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조처로 생각된다.
그러나「단호한 척결」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먼저 좌경과 용공에 대한 개념이 명백하게 규정되고 여기에 국민의 동의가 따라야 한다.
용공의 경우는 어느 정도 그 한계를 예상할수 있다. 그러나 좌경의 경우는 너무나 복잡모호하여 학문적으로도 개념화가 안돼있다. 따라서 어디다 금을 긋느냐에 따라 정부의「척결대상」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정치 이데올로기를 구분할때 흔히 우익·좌익·중도로 3분한다. 중도는 다시 左·우파로 세분된다. 이를 해방직후의 정치세력에 대입해 보면 이승만·김구·한민당은 우파, 김일성·박헌영등 공산당은 좌파다. 중도파중 여운형은 중도 좌파, 김규식은 중도 우파로 보는 것이 학계에선 일반화돼 있다.
지금까지 정부쪽에서는「좌경과격사상」이라고하여 종속이론·해방신학·네오마르크시즘·신제국주의론·매판자본론을 포함시켜왔다. 이런 현대적 사상조류에도 각각 온건파와 과격파가 있어 폭력사용에 대한 찬반론이 나뉘어있다.
이런 복잡한 이데올로기의 스펙트럼 가운데서 정부는 먼저 어디까지를 척결하고 용인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많은 혼란과 불안이 따르게 된다.
물론 용공·좌경의 한계설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것이 요즘 사회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통일논의와 연결될때는 더욱 미묘해 진다.
그 한계가 너무 느슨하면 체제의 동요와 사회불안을 가중시켜 민주화는 물론 국가 존립마저 위협받게 된다. 그러나 너무 경직시키면 국민적 단결과 사회발전, 대외협력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 각계의 의견을 공청하여 용공과 좌경의 개념과 한계부터 명백히, 그리고 합리성 있게 규정한 다음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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