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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역사에 기록될 세월호의 기억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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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나

‘세월호 세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한 연령대인 고등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2014년 8월 20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참교육연구소가 세월호 세대인 서울⋅경기⋅인천의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전보다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 타인과의 협력 필요성, 사회를 바꾸려는 실천 의지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잊지 말자고 다짐한 2014년 4월 16일로부터 어느새 1000일이 흘렀다. 많은 이들이 SNS 프로필 사진을 노랗게 물들이고, 광화문을 찾고, 옷자락에 노란 리본을 달며 그날을 떠올렸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다른 의미로 무겁게 다가올 때 우리는 더 이상 2014년 4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안다. 많은 것이 사라졌고 변했으며 또 우리가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999일인 지난 1월 8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세월호 1000일 청소년 행동’ 청소년 집회가 열렸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함께 만 16세 이상 투표권, 국정교과서 폐기 등 청소년과 밀접한 사안을 모아서 목소리를 냈다.

세월호 참사와 그 희생자들을 기리고 청소년의 투표권을 요구하는 집회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무거웠다. 자유발언을 마친 뒤 이들은 노란리본 투표 피켓을 들고 새누리당사, 더불어민주당사를 지나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국정교과서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 도중 현장의 보수단체와 마찰이 있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훗날 역사책에 기록된 세월호의 기억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거리로 나선 박근혜하야 전국청소년비상행동 21세기청소년단체 희망의 청소년 중 이번 집회에서 사회를 맡은 최하람(일산세원고 2), 홍보팀으로 참여한 안혜연(예일여고 3)학생을 TONG이 만났다.

8일 열린 청소년 집회 모습. 최하람(가운데) 학생이 집회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박근혜하야 전국청소년비상행동]

8일 열린 청소년 집회 모습. 최하람(가운데) 학생이 집회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박근혜하야 전국청소년비상행동]

- 이번 집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안혜연)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이하며, 아직도 차가운 배 안에 있을 아홉 분을 비롯한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진상규명이 확실히 되도록 요구하려 참여했다. 동시에 세월호 참사 이후의 청소년의 정치적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최하람) “최순실 게이트 전부터 박근혜 정부를 보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누가 조종하고 있는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된 것이다. 도대체 국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민주주의를 얼마나 가볍게 여겼기에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분노를 넘어서 어이가 없었다. 거리로 나오는 것은 내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 생각을 하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차이가 있다. 본인이 거리로 나와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나.
(안혜연) “처음 집회에 참여할 때는 큰 기대 없이 나갔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행진하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좋았다. 유대감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시국에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다가 진행 회의에 참여하고 사회를 보는 등 청소년 집회를 직접 만들어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와 우리 단체가 이 시점에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확성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최하람) “물론 내가 선택해서 하는 것이지만, 나 또한 이런 청소년의 행동이 의무라고 느껴진다.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내 주위 친구들, 사람들이 거리로 하나 둘 나오는 걸 많이 본다. 그럴수록 작지만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 집회에 참가해 청소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또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선거권 연령 하향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나가는 청소년들. [사진제공=박근혜하야 전국청소년비상행동]

선거권 연령 하향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나가는 청소년들. [사진제공=박근혜하야 전국청소년비상행동]

- 이번 집회를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안혜연) “당일 집회 자체보다 집회를 홍보하며 세월호 1000일을 카운트다운한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989일부터 가능한 한 매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나가서 카운트다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세월호 1000일을 알렸다. 눈길을 주거나 알아보는 시민들이 많아서 기뻤다. 기대 이상이었다.”

(최하람) “나는 이번 집회의 사회자로 참여했는데, 일정 변경이나 참여자들의 발언 시간 조정, 음향 오류 등 유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상황이 많았다. 특히 일요일에 국회의사당 앞에서 세월호 1000일 집회를 하면서 박사모를 만났는데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릴 향해서 소리를 지르고 엄청나게 쫓아왔다. 혹여나 우리 집회 참여자들에게 해를 가할까봐 걱정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세월호 세대로서 ‘세월호 1000일’을 대하는 의견이나 생각이 있다면.
(안혜연) “나는 2014년 4월 16일에 미국에 있었다. 아침에 미국인 호스트 엄마가 나를 깨워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국에서도 큰 뉴스였다. 나는 인터넷으로 기사를 챙겨보았다. ‘천 개의 바람’이라는 노래를 듣고 울면서 잠들었던 기억도 있다. 그러다가 친구의 친구가 그 희생자 중 하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제서야 ‘아, 그 희생자가 나의 친구 혹은 나의 가족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는 슬픔과 동시에 불안했고,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화가 났다.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청소년은 정답만을 맞히고 지시에만 따르도록 배운다. 세월호에서 그 많은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일반인들은 배운 대로 가만히 있었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위해 교육받고 공부한 것인지 회의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제는 신뢰를 다시 쌓기 힘들 것 같다.”

(최하람) “노란 리본이 곧 세월호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자신의 소지품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시는 분들도 꽤 많다. 하지만 3주기를 바라보는 1000일인 만큼 리본만 달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 노란 리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세월호를 기억만 하는 게 아니라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이 거리로 나오셨으면 한다.”

박근혜 퇴진 11차 촛불집회가 7일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11차 촛불집회가 7일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와라'라는 주제로 열렸다. 광화문광장에 세월호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적은 구명조끼 304벌이 놓여있다. [사진=중앙포토]

- 이 사회가 가장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안혜연) “곧 세월호 3주기가 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된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나도록 그 날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이 없다. 정말 한탄할 일이고, 한편으로는 한심한 일이다. 서로를 불신하는 사람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런 분위기를 만든 사회의 정경유착, 적폐를 없애고 많은 의혹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하람) “이 사회의 무수한 편견, 특히 청소년을 바라보는 편견이 없어졌으면 한다. ‘청소년은 어리기 때문에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흐리며 쉽게 선동된다’는 편견 때문에 이 나라의 많은 청소년들이 억압받고 있다. 나 또한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도 엄연한 국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리를 존중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청소년을 향한 편견이 사라진다면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나에게 세월호란 ○○○다’라고 정의한다면.
(최하람) “나에게 세월호란 ‘의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는 거리로 나서게 됐고 당연히 관심 가져야 할 내 권리와 약자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세월호는 내게 하나의 사건 그 이상이며, 세월호를 위해 행동하는 것 역시 선택 그 이상이다.”

(안혜연) “나에게 세월호란 ‘마음에 남은 무거운 배’다. 분명히 세월호 참사는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얼마나 언급되든 상관없이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지워지지 않을 흉터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슬프고 아픈 일이다. 하지만 떠올릴 때마다 쓰리다고 해서 우리가 이 문제를 질려 하거나, 묻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 늘 우리가 받은 충격과 분노 그리고 무거운 마음을 기억하고 바다 속에 가라앉은 그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김혜나(정의여고 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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