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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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봇물처럼 터지는 노사분규가 그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의 몸은 지금 불어나고 있는것이 아니라 불편한 심기로 팅팅 붓고있는 것이다. 『이것참.「밀어 붙여」할 수도 없고….』주먹으로 이마를 탁 친다.『잘 돼야할텐 데 …』 K-2TV『회장님 우리회장님』의 비룡그룹총수인 김형곤회장(27).
『회장은 무슨 놈의 회장, 임금인상으로 다 망해가고 있는데….』그러나 그는 현재 연극공연준비로, 그의 표현에 의하면 한참「육수」(ㆍ)를 흘리고 있다.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답답한 TV를 벗어나 오는 10월초 『회장님 좋습니다』(연출 기국숙)라는 타이틀로 실험극장에서 막을 올리게 된것. 『TV에서 못다한 얘기를 할수 있을겁니다.』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TV에서 공개못한 그의 야망이 드러난다.
『이사들의 아부가 극에달해 김회장에게 대통령출마를 권유하는 거죠. 「민주비룡당」을 발족시키면 지지표가 약6천만표라고들 아우성을 치는 겁니다.』이사들이 입을 모아 회장을 한국의「아이아코카」라고 칭송한다는 것이다. 『TV는 모든 계층이 보는 만큼 표현에 한계가 많아요…』고독한 최고경영자의 그늘진 얼굴. 그 탓인가. 이 프로에서 사라진 대사와 제스처도 부지기수.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나머지 세손가락을 퍼는것은 아무래도 특정정치인을 호칭(ㆍ)하는 것 같고,「밀어 붙여」는 운동권의 상용어가 됐기때문이고, 머리위로 두손을 올려『좋습니다』를 복창하는것도 그렇고, 코미디언실에서「엄대중」으로 통하는 엄이사가 지팡이를 짚고 나뫘다가 녹화 2분만에 중단됐고…등. 그래도 이 프로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처음 이 프로는 각 코미디프로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모아서 만든거예요.「공포의 외인구단」같은거죠. 대사 한마디없이 그냥 앉았다 나가는 역도 마다않은 동료들의 열의가 이 프로를 방영 4주만에 여기까지 끌고온거죠.』<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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