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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팬들이 ♥충전해 기부…‘최애돌’ 앱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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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배우 김아중 팬들의 기부 인증샷. [사진 각 단체]

배우 김아중 팬들의 기부 인증샷. [사진 각 단체]

배우 김아중씨의 한·일 합작 팬클럽 ‘트라이앵글’ 회원들에게는 매년 특별한 날이 두 번 있다. 김씨의 데뷔 날짜인 3월 12일, 그리고 그의 생일 10월 16일이다. 이날이 되면 트라이앵글은 비영리단체(NPO)에 김씨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다. 2013년 시작해 매년 이어지고 있다. 팬클럽 회장 신동호(37)씨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위한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기부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해 10월 16일 일본인 팬 4명과 함께 김씨가 홍보대사로 있는 세이브더칠드런에 12만 엔(한화 125만원 상당)을 기부했다.

나눔으로 스타 사랑 전하는 팬클럽
지드래곤 생일에 수천만원 기부
문근영 팬들은 말라위에 의약품
고액 선물 비판과 김영란법 영향
이웃 돕고 이미지도 높일 수 있어

스타를 향한 팬들의 다양한 사랑 표현 중에 ‘기부’가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고가의 선물 공세를 펴는 ‘조공’ 문화가 유행했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사회적 비판을 받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소속사 입장에서도 팬들의 고가 선물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조공 문화’는 자연스레 ‘기부 문화’로 옮겨 가고 있다. 팬들은 기부를 통해 보람을 얻으면서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지드래곤의 팬들이 비영리단체 에 기부하고 받은 후원증서. [사진 각 단체]

지드래곤의 팬들이 비영리단체 에 기부하고 받은 후원증서. [사진 각 단체]

기부는 주로 스타의 생일에 이뤄진다.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의 팬사이트인 ‘Always-GD’는 그의 생일인 8월 18일에 생일 기부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15년에는 818만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비로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숲을 조성하는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에 2000만원, 루게릭 환자들을 위한 승일희망재단에 900만원을 보냈다. ‘Always-GD’ 외에도 ‘권지용 서포터즈’ ‘Number-G’ 등 다른 팬클럽들도 매년 생일을 즈음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수천만원 이상씩 기부하고 있다.

지난 12일 그룹 EXO 멤버 디오의 팬사이트 ‘For D.O.’는 한국해비타트에 250만원을 냈다. 디오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에게 “앞으로는 소중한 선물들을 마음의 선물로 주신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와 팬들 사이에도 훈훈한 기부 일화가 있다. 지난해 2월 김 선수의 팬카페에서는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챔피언 6주년 및 소치 올림픽 2주년을 기념하는 모금을 진행했다. 팬 300명이 1000만원가량을 모았다. 이 소식을 들은 김 선수는 팬들이 모금한 돈에 자비 5000만원을 보태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쌀 화환 2.5t 기부한 류준열 팬클럽

‘선한 눈빛과 맑은 영혼을 마주하니 그간 살아온 내 시간들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도록,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배우 문근영씨의 팬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바람의 화원 갤러리’는 지난해 4월 문씨가 굿네이버스와 아프리카 말라위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남기자 곧바로 기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팬들은 5월 6일이 생일인 문씨를 위해 약 3주간 134명이 참여해 718만원을 모금했다.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모금액은 말라위 치왐바의 헬스센터 의약품과 초등학교 교구 등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스타와 팬들이 만나는 팬미팅도 나눔의 자리가 되곤 한다. 3년 전 플랜코리아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송재림씨는 제3세계 국가 마을에 보건소 및 우물 건립을 지원하는 ‘드림빌리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송씨와 팬들은 이 프로젝트가 1주년이 되던 해 팬미팅을 나눔파티로 진행해 참가비 및 봉사활동, 사진 판매 수익금을 모두 NPO에 보냈다. 배우 송중기씨 역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후 열린 국내 팬미팅 수익을 전액 기부해 화제가 됐다.

팬들은 현금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를 실천한다. 쌀 기부가 대표적이다. 배우 류준열씨의 팬카페 ‘올포류(All for Ryu)’는 지난해 4월 류씨의 생애 첫 팬미팅을 기념해 밀알복지재단에 쌀 화환 2.5t을 기부했다. 그룹 슈퍼주니어 헨리의 팬클럽은 헨리의 생일인 숫자 1011(10월 11일)에 맞춰 지난해 쌀 1011㎏을 굿네이버스 경기용인지부를 통해 국내 위기가정 및 보호시설에 보냈다. 2015년에는 1011만원 상당의 옷과 신발을 타지키스탄 아동들에게 전달했다. 그룹 에이프릴의 팬들은 멤버 예나의 이름으로 아프리카에 ‘태양광 랜턴’을 기부하기도 했다.

연예인·팬 함께 빈곤아동 일일 교사로

그룹 2NE1의 팬들이 2012년 남수단에 조성한 ‘2NE1숲’. 연예인 이름으로 조성된 첫 번째 숲이다. [사진 트리플래닛]

그룹 2NE1의 팬들이 2012년 남수단에 조성한 ‘2NE1숲’. 연예인 이름으로 조성된 첫 번째 숲이다. [사진 트리플래닛]

어떤 팬들은 돈을 모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을 만든다. 시작은 최근 해체한 2NE1의 팬클럽이 트리플래닛·월드비전을 통해 2012년 아프리카에 조성한 ‘2NE1숲’이었다. 팬들은 한국에서 500㎞ 떨어진 남수단 톤즈에 망고나무 1375그루를 심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스타숲’은 국내외에 약 50개가 있다. 서울 여의도에는 ‘샤이니숲’ ‘인피니트숲’, 상암동에는 ‘서인국숲’과 그룹 소녀시대 멤버 ‘윤아숲’, 일원동에는 그룹 EXO의 멤버인 ‘수호숲’ 등이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최애돌’. [사진 스마트폰 캡처]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최애돌’. [사진 스마트폰 캡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 또는 그룹 이름으로 기부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아이돌 팬덤 앱인 ‘최애돌’이다. 최애돌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이라는 의미의 ‘최애(最愛)’에 ‘아이돌’의 ‘돌’을 합친 말이다. 앱에 접속하면 팬들은 현금 또는 이벤트 참여 등을 통해 하트를 충전할 수 있다. 그 하트로 아이돌에게 투표해 1등을 하면 그 이름으로 밀알복지재단에 기부가 된다. 앱이 만들어진 이후 그룹 EXO·방탄소년단·비투비·에이핑크 등의 이름으로 매월 200만원이 기부됐고 지금까지 총 3000만원이 모였다. 17일 기준 1위는 EXO, 2위는 방탄소년단이다.

배우 최강희와 팬들이 지난해 12월 각자 만든 트리를 들고 있다. [사진 월드비전]

배우 최강희와 팬들이 지난해 12월 각자 만든 트리를 들고 있다. [사진 월드비전]

드물지만 연예인과 팬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 김강우씨는 2014년 7월 팬들과 함께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굿네이버스의 빈곤가정 아동 지원 프로그램 ‘희망나눔학교’ 일일교사로 나섰다. 지난해 12월 배우 최강희씨는 팬클럽 ‘강우’ 회원 11명과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월드비전 기부 캠페인에 참석해 세계의 아이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해피엔딩 나눔트리’를 만들었다. 최씨의 오랜 팬 권순철(37)씨는 “강희 누나의 얼굴을 보는 게 제일 좋지만 소외된 사람들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돼 더 뜻깊었다”고 말했다.

홍상지·정종훈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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