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군수용 광물 독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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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군수산업 등에 꼭 필요한 희귀광물들을 중국이 독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중국이 전세계 희귀광물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미국.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중국의 광물 전문가들은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60% 정도라고 해명하고 있다.

희귀광물은 세륨.란타니움 등 17개 원소를 포함하고 있는 광물을 말한다. 전세계 시장 규모는 연 10억 달러(약 1조원, 5000t) 정도에 불과하지만 첨단 산업에 반드시 필요하다. 휴대전화,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 LCD모니터, 자동차 유해가스 감소제, 오염물질 측정제 등 주요 산업제품을 비롯해 미사일 유도체와 같은 군수물자 생산에도 사용된다.

중국이 희귀광물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 추진한 주도면밀한 투자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중국은 희귀광물을 전략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손댔다. 특히 희귀광물의 주 생산지인 내몽고에서 광산개발과 연구센터 설립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다. 또 인도 등에서도 광산개발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중국의 희귀광물 생산업체들은 시장에서 주요 공급자가 됐으며, 2000년 이후엔 저가 판매 전략으로 국제시장에서 상당수의 경쟁자들을 밀어냈다. 이어 중국 정부는 희귀광물 수출업체들의 수출물량을 제한하는 등 국제 거래량과 가격 조절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현재 중국 이외에 인도.러시아.말레이시아.키르키즈스탄.카자흐스탄 등이 희귀광물을 생산하고는 있지만 물량이 미미하다.

이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원활한 물량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시장을 좌우함에 따라 자국 핵심산업에 필요한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0월 미국 상원에서는 희귀광물 시장구조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필요한 물량을 시장에서 공급받지 못하면 '스마트 폭탄'등 정밀 유도무기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희귀광물이 앞으로 반도체의 원료인 실리콘을 능가할 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세계 희귀광물 생산량의 30%를 사용하고 있는 인텔.노키아.모토로라.시스코 등은 최근 중국에 생산기지와 연구소 설립에 투자하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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