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펀드, 환율 리스크부터 챙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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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환율 변동이 금융 시장의 최대 이슈가 됐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 공방을 벌이다가 올해 들어서 1000원선이 무너지더니 그 기세가 이어져 한때 970원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관심은 대체로 기업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개인 입장에서도 당장 피부에 와 닿는 부문이 많지는 않을 수 있지만 환율 변동은 나 자신의 일이 되고 있다. 해외에 유학을 보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환전 시기에 따라 기대하지 못한 환차익을 얻을 수 있고 해외 여행을 갈 때도 환전을 잘 하면 어느 정도 여행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해외 펀드 투자와 관련해서 환율 변동의 영향을 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우선 투자한 해외 펀드가 환율 변동에 노출이 되어 환율 변동에 따라 이익을 볼 수 도 있고 손실을 볼 수도 있는지 아니면 환율 변동에 상관 없는 펀드인지 점검해야 한다. 즉 환율 리스크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해 1월초에 일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사람을 가정해보자. 그는 환율에 대해 헤지(환율이 변동해도 가입 시점의 환율이 적용되게 하는 것)를 하지 않고 원/엔화 환율 변동이 손익에 그대로 반영되는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에서 투자했다고 하자.

이 경우 일본 인덱스펀드(니케이 지수)에 가입했다고 하면 지난해 1월초 니케이 지수가 1만1517p였고 올해 1월 17일 1만5805p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37%정도 된다.

반면 100엔당 원화가 지난해 1월초 1010원이었는데 올해 1월 17일 860원으로 엔화 가치가 15% 하락했다. 즉 펀드 자체의 수익률이 37% 달성된 반면 환차손으로 15% 손실을 본 것이다. 즉 실질 수익률은 22% 불과한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고려하면 일본 펀드에 투자한 사람이 금융 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일 경우에는 투자 수익률의 38.5%가까이 세금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세후 실질 수익률은 8% 정도에 불과하다(투자 이익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만 환차익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보전해 주지 않음).

즉, 이 사람이 환율 리스크에 대비해 환 헤지를 하지 않음으로서 15%의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반대로 환 차익이 발생해서 투자 수익에 더해서 수익이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해외펀드 투자시 환율 리스크에 대해 우선 고려해야 한다.

주식 및 금리 예측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환율 만큼 전망하기 어려운 것이 없다. 또 해외 투자의 경우 국내보다 잘 모르는 곳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이중으로 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

반면에 1월초에 엔화 대출을 받았다면 엔화 대출로 인해 발생한 금리 차(3%내외)에 따른 이익뿐 아니라 추가적으로 원금을 상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환율 차익으로 만도 15% 이득을 보고 있어 원화 대출 대비 총 18% 가까운 수익률을 얻은 상황이다. 이렇듯 환율로 인해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들이 모두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을 단순하게 좋다 나쁘다 평하기는 어렵다. 다만 살펴 본 것처럼 환율 변동은 이제는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개인들에게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 변동이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일이 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환율 변동에 대해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잘 준비해서 능동적으로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재테크의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더욱 피부에 와 닿게 될 것이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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