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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시진핑 “중국 시장 열려있다” 다보스서 세계화 첨병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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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클라우드 슈밥 WEF 회장. [다보스 로이터=뉴스1]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클라우드 슈밥 WEF 회장. [다보스 로이터=뉴스1]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중국은 환율 전쟁을 벌이거나 위안화를 평가절하지 않겠다. 중국 시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

중국 주석으로 첫 포럼 참석
고립주의 확산되는 서방 겨냥
“개방과 협력 밀어붙여야” 강조
슈밥 회장 “다보스에 햇빛” 반겨
적자 해소 벼르는 미국에 선제 대응
‘제조업 1위’ 자신감 표출 분석도
최근 한국 무역장벽 조치와 배치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그동안 다보스포럼은 자유무역·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세계화의 첨병이었다. 때문에 사회주의형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중국 국가주석은 한 번도 다보스포럼을 방문한 적이 없다. 포럼의 취지와 방향성을 공개하는 기조연설자로 시진핑 주석이 콩그레스홀 연단에 오른 것은 그 자체 만으로 파격적이다.

시 주석은 작심한 듯 고립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는 서방의 포퓰리스트들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세계 경제는 좋든 싫든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바다”라며 “글로벌 리더들은 개방과 협력을 밀어붙여야만 한다”고 단언했다. 중국이 앞장서서 세계화의 첨병이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클라우드 슈밥 다보스포럼 회장은 시 주석의 연설에 “다보스에 내린 햇빛”이라고 화답하며 글로벌 리더들의 협력을 재차 당부했다.

이는 보호무역주의적 색채가 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자료:파이낸셜타임스·IMF·유엔무역개발협의회

자료:파이낸셜타임스·IMF·유엔무역개발협의회

실제로 시 주석은 연설 곳곳에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은 환율 전쟁을 벌이거나 위안화를 평가절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환율조작을 통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다면서 집권 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고관세를 매기겠다고 윽박질러왔다.

자료:파이낸셜타임스·IMF·유엔무역개발협의회

자료:파이낸셜타임스·IMF·유엔무역개발협의회

다보스포럼은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천명할 절호의 기회다. 미국의 대안으로 평가받던 유럽연합(EU)도 리더십 부재에 처한 상황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과 함께 ‘G2’인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무역 적자의 절반이 중국 때문”이라며 “중국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역불균형을 반드시 수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과감한 중국의 행보를 두고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진칸롱 중국인민대학 국제대학 부학장은 “제조업 생산량을 기준으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며 시 주석의 메시지를 자신감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전략가들은 제조업이 산업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강력한 제조업은 강력한 군사력을 동반한다. 강력한 군사력은 국제적 리더십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역량의 주춧돌이다”라고 설명했다. 2015년 연말 기준 중국의 총 제조업생산량은 미국의 150%에 달한다.

자료: 다보스포럼·월드뱅크·미국인구조사국·중국국가통계국·도이치뱅크·차이나데일리·에너데이터·월드오미터스

자료: 다보스포럼·월드뱅크·미국인구조사국·중국국가통계국·도이치뱅크·차이나데일리·에너데이터·월드오미터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보스포럼에서 자유 무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지만, 최근 행보는 다소 다르다. 한국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비관세 장벽을 높였다. 예컨대 지난해 한국을 대상으로 한 비관세장벽(49건) 중 절반 이상(53.1%·26건)은 중국 정부가 시행한 조치였다.

양면적인 중국은 국제 무역 지대에서 미국 지위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을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가 발표한 무역보고서를 보면 아직은 때가 아니다. 다만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규모는 조만간 미국을 제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보스포럼 경제및경영연구센터가 136개 무역국가의 자유무역 역량을 조사한 무역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종합 순위는 61위로 평가됐다. 자유무역 역량은 특정 국가가 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출입 거래 개방성이 어느 정도고, 통관하는 과정은 얼마나 용이한지 등을 분석한 지표다. 중국의 자유무역 역량이 아직 평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라이벌 미국은 같은 조사에서 22위를 차지했다.

자료: 다보스포럼·월드뱅크·미국인구조사국·중국국가통계국·도이치뱅크·차이나데일리·에너데이터·월드오미터스

자료: 다보스포럼·월드뱅크·미국인구조사국·중국국가통계국·도이치뱅크·차이나데일리·에너데이터·월드오미터스

경제 규모로만 따지면 중국이 미국을 제칠 수 있다는 분석도 등장했다. 현재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은 미국이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18조366억 달러)를 미국이 차지했다. 중국(11조77억 달러) 경제 규모는 아직 미국의 64% 수준이다. 다보스포럼 경제및경영연구센터는 “미국·중국 무역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GDP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위안화 약세가 계속된다면 2029년에는 중국이 미국 경제 규모를 압도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2029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다는 뜻이다.

영국 마케팅기업 포머티브콘텐트(Formative Content)의 안드레아 윌리지 시니어 컨설턴트는 “중국 인구(14억명)가 미국 인구(3억2000만 명) 보다 4배 이상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이 논리적으로 아주 이상한 결론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보스=문희철 기자, 서울=홍주희·이현택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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