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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대학등록금 ‘찔끔’ 인하 시늉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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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진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신진호 내셔널부 기자

신진호
내셔널부 기자

대전의 한남대가 2017학년도 등록금을 0.24% 인하한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형편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친절한 설명을 달았다. 지난해 이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720여만원이었다. 등록금 인하 결정에 따라 이 대학 학부학생 1만1000여 명은 1인당 연간 1만7300원가량을 덜 내게 됐다. 하지만 인하라고 하기에는 푼돈 수준이다.

2013년부터 등록금을 인하했던 서울대도 올해 등록금을 0.36% 찔끔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생의 올해 등록금 인하 혜택은 1인당 평균 2만2000원 수준이다. 역시 ‘생색내기’ 수준이다.

국립인 공주대는 고심 끝에 인하 대신 등록금을 동결했다.

충남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대학생은 “매년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내는데 겨우 몇 만원 깎아 주는 게 감사해야 할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인하 폭이 너무 작아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체감혜택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학생은 “교수와 교직원은 억대 연봉을 받고 철밥통이란 비판을 듣는데 등록금 수백만원 내는 학생들만 봉이 됐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불만이 고조되다 보니 전국 대학들이 신학기 등록금 결정을 앞두고 눈치만 보고 있다. 인상은 꿈도 못 꾼다.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앞서 교육부는 올해 등록금을 1.5% 이내에서만 올리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교육부 지침을 어기고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불이익을 보게 된다. 교육부는 매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 국가장학금(Ⅱ유형)을 집중 지원한다. 올해도 48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 참여가 불가능하다. 각 대학의 등록금 인하·동결은 실상 이런 당근을 노린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동결하면 시설·재정투자를 하지 못해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 명절이 지나면 학부모들은 약 300만~400만원(4년제 대학 평균 1학기 기준)의 금액이 찍힌 등록금 고지서를 받게 된다. 신입생은 여기에다 70만~80만원가량의 입학금도 추가로 내야 한다. 기숙사나 자취 비용까지 합하면 2월 한 달에만 500만원가량의 목돈이 든다. 대학생 자녀가 2명이라면 ‘등록금 폭탄’을 맞게 된다.

경기 침체에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겹쳐 서민은 물론 중산층까지 힘들어 한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 시늉만 할 때가 아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경상경비를 대폭 줄이는 자구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신진호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