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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지원의 중도정치·패권청산론 지켜보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어제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로 뽑힌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낸 것을 비롯해 정당의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을 두루 경험했다. 한국 정치의 세 기둥인 당·정·청의 이면을 꿰고 있는 데다 여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친화성과 정치력으로 가위 정계의 가장 노련하고 능수능란한 베테랑 정치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국민의당이 빅 텐트이고 플랫폼이며 제3지대다. 무능한 진보에 지치고 부패한 보수에 속아서 길을 잃은 국민에게 위안과 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조기대선 정국에서 ‘반문 연대론’과 ‘중도 정치론’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문 연대론은 정운찬·손학규·반기문씨 등을 차례로 끌어들여 이미 당에 뿌리를 내린 안철수 의원과 대선후보 경선을 붙이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민의당 텐트가 너무 작으니 들어갈 수 없다고 할 가능성이다. 그럴 경우 당의 울타리를 허물어 새로 확대된 정치 세력을 만들 것인지가 박 대표가 결심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안철수 의원의 반발을 부를 게 뻔하다. 또 특정 주자를 반대하기 위해 이념·노선·정책 불문하고 무조건 한 텐트 밑에 모이자는 게 옳은 정치인지 의문이다.

박 대표의 중도 정치론은 한국 정치에서 청산해야 할 가장 큰 문제가 패거리를 지어 다니며 국익보다 정파적 이익을 추구하고, 원칙보다 힘과 머릿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패권적 정치 문화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실속 없이 목소리만 큰 ‘입진보’, 지지층을 허무하게 만든 ‘가짜 보수’를 중도 정치로 날려버리길 기대한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양극단 정치에 짓눌려 중도가 실패를 거듭해 온 건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의당이 개헌이나 결선투표, 선거제도 개혁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중도와 협치, 다원성이 숨 쉬는 정치를 선도한다면 집권과 관계없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