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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나이 들면 소식, 단백질 섭취 늘리고 아몬드·호두 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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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Q. 60대 주부입니다. 요즘 부쩍 살이 쪄서 고민입니다. 먹는 양은 젊은 시절과 똑같은데, 왜 살이 찌는 걸까요. 식사량을 줄여야 하는지, 식단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식품영양학박사 배지영 기자의 푸드 & 메드

A.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 때와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찌는 게 당연합니다.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기초대사량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소모되는 칼로리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켜두기만 해도 배터리가 소모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기초대사량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듭니다. 따라서 60대 이후에서는 식사법에서 세 가지가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첫째는 총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기초대사의 상당 부분은 세포 생성에 사용되는데, 60대 이후에는 새로운 세포가 잘 생성되지는 않고 세포의 재생이 느려집니다. 또 체내 물질 대사 호르몬의 양도 줄어듭니다. 세포 생성과 물질 대사에 필요한 기초대사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죠. 따라서 20~30대에 2100㎉를 섭취했다면 60세에는 1700㎉ 정도만 먹어도 충분합니다. 하루 밥 한 공기(300㎉) 이상을 덜 먹는 셈입니다.

둘째는 단백질 섭취 비율을 늘리는 것입니다. 기초대사량이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근육 감소입니다. 대사량의 20%는 근육에서 나오는데, 60대 이후에는 매년 약 2%씩 근육이 줄어듭니다. 근육 소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료가 되는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합니다. 20~30대에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섭취 비율이 60:25:15이었다면 60대 이후에는 50:30:20 정도로 단백질 비율을 늘려야 합니다. 영양학자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비율을 30:40:30으로 바꿔 단백질 비율을 크게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몸무게 1㎏에 1g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됩니다. 60㎏이라면 60g의 단백질을 섭취합니다. 보통 고기 100g(손바닥 하나 정도)에 20g의 단백질이 들어 있습니다. 식물성 식품 중에서는 낫토(18g)·된장(11g)·두부(8g)·그릭요거트(7g)에 단백질이 풍부합니다(100g 당 기준). 우리나라 사람은 붉은 고기가 나쁘다는 생각만 하고 잘 먹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60대 이상 노인의 30%는 단백질이 부족합니다.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7대 3 정도로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물성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한두 개씩은 빠져 있어 흡수율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무턱대고 식물성 단백질만 고집하다가는 적정 단백질 섭취량을 채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동물성 단백질 중에서도 살코기가 많은 돼지 앞다리·뒷다리살, 닭고기 가슴살이나 쇠고기 안심 위주로 요리하면 좋습니다. 단, 고지혈증이 있다면 식물성 단백질 비율을 약간 더 늘리면 됩니다.

마지막은 지방입니다. 지방은 먹는 대로 살로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오해입니다. 하루 권장 섭취량(약 285㎉) 이내의 지방은 칼로리로 소모되고 축적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방 섭취량이 너무 적으면 호르몬 분비 기능이 떨어지고 피부는 탄력을 잃고 푸석해집니다. 세포막 생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단, 단백질·탄수화물 요리를 먹을 때 기본적으로 섭취하게 되는 지방(고기의 지방, 요리에 사용되는 식용유 등)이 있으니 기본 식단 외에 따로 섭취하는 지방은 반드시 불포화지방산이어야 합니다. 칼로리 섭취를 줄여 배가 자주 고프다면 아몬드·호두·잣 등을 한 움큼씩(하루 총 20알 정도) 먹으면 됩니다. 불포화지방산은 허기를 쉽게 채우면서 혈관의 노폐물을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단, 껍질을 벗겨 놓은 제품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습니다. 지방이 많은 견과류는 산화 속도가 매우 빠른데, 유통 과정에서 산패 물질이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날것을 사서 껍질을 벗겨 먹거나 밀봉해 유통한 제품을 고르면 됩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도움말=단국대 식품영양학과 문현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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