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념정당의 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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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29이후 근로자들과 각종 이익단체들의 집단행위가 분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다원사회로 진화돼 있으면서도 각 분야, 각계층의 이익과 의견을 수렴하고 조화시키지 못한데 기인한다. 그것은 권위주의 정치의 경직성에서 온 결과다.
실상 우리 헌법이나 기타의 하위법률들은 기층국민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돼있다. 이것은 우리가 비록 자본주의체제를 이룩하고 있으나 현대자본주의의 일반적 공통점인 「수정」 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흑백논리의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이념의 다원화, 다양화가 외면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민주화」 투쟁 하나만 놓고 보아도 순수한 민주세력, 온건한 개혁주의자들, 과격한 좌경세력이 혼재돼 있었다.
민정당의 노태우총재는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5일 취임연설에서 『새로운 이념정당을 출현시키려 한다면 힘껏 도와줄것』 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민정당의 노선이자 국민에 대한 공약이라 할 수있다.
지금 우리는 정치를 포함하여 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화 작업을 개시했다. 여기에는 정치의 체질개선과 함께 정당 체제의 개편이 수반돼야 한다.
그것은 국민의 다수를 구성하면서도 정치권에서 소외돼온 기층을 대변하는 정치단체의 출현으로 나타나야 한다. 곧 새로운 이념정당인 것이다.
우리사회엔 엄연히 온건한 개혁주의자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은 보수주의와는 구별되는 진보세력으로 표현할수도 있고 서구식 데머크래틱·소시얼리스트들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른바 과격한 좌익분자들과도 분명히 구별되는 세력이다.
따라서 이들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참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나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이들을 대변할 정당의 성격은 우리나라의 사회발전 단계나 주변상황으로 보아 민주사회주의노선으로 규정할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사회주의는 이상주의적 인도주의를 세계관으로 하여 사회적 정의와 자유·평등·단결을 기초로 하는 민주공동체를 추구하는 사회이론이다.
여기서는 공산주의식 폭력혁명을 부인하고 어디까지나 의회주의에 입각하여 점진적·평화적 변화를 추구하는 온건노선을 존중한다.
그러나 민주사회주의 정당이 서민계층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하여 계급정당이 돼서는 안된다. 그것은 국민전체의 복리를 지향하는 대중적인 국민정당이어야한다.
우리나라에 그런 정당이 없었던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성립과정이나 실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었고 그들의 견해나 이익을 대변하지도 못했다.
앞으로 민주화와 함께 새로운 이념을 대변할 이론적 체계와 실천적 능력을 가진 인사들에 의한 정당이 나타날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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