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치매 노인 부부의 비극…88세 아내 살해 혐의로 84세 남편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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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는 아내 A씨(88)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살인)로 남편 B씨(84)를 구속했다고 인천 부평경찰서가 11일 밝혔다.

인천지법 서중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B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씨는 지난 7~8일쯤 부평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 A씨(88)의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내려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시신은 매주 월~금요일 오전마다 방문하는 요양보호사가 발견했다. 당시 A씨는 머리에 상처를 입고 이불 위에 쓰러져 있었다. 집 한쪽에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둔기가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서도 A씨가 머리를 둔기로 맞아 사망한 것으로 나왔다. 오른쪽 늑골과 등뼈·척추에선 골절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앞서 A씨가 사망했을 당시 집 안에 함께 있었던 남편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긴급체포했다.

아파트 CC(폐쇄회로)TV 등을 확인한 결과 A씨가 숨지기 전인 6일 이후 이들 부부의 집에 드나든 외부인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부부는 9남매의 자식을 뒀지만 그동안 이 아파트에서 부부만 살아왔다. 인근에 사는 자녀들은 주로 주말이나 평일 오후에 종종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4년 전부터 뇌경변을 앓으면서 치매 증상을 보였고 평소 화장실을 갈 때도 기어서 갈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다. 남편 B씨도 병원에서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기억력이 떨어지고 횡설수설하는 등 치매 증상을 보여 1년 전부터 요양보호사를 불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아내가 자해를 했다'고 얘기하는 등 현재도 진술을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A씨에게서 골절 등 폭행 흔적이 나온 만큼 A씨가 폭행을 당한 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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