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에 돈너무 안들인다|수방시설 대책·관리 현황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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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태풍과 홍수로 매년 평균 2백30명이 목숨을 잃고 1천3백45억원의 피해를 봐왔다. 금년같은 경우는최악의 케이스로 이미 5백명 가까운 인명피해를 냈고 재산피해는 평균치의 몇배로 불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그 중요성을 깨닫는게 치수대책이다. 목돈이 드는데다 평소에는 필요성도 못느끼고 해놓아봐야 눈에 잘 띄지도 않기 때문에 늘 투자우선순위에서 밀려온게 사실이다. 예컨대 그동안 길닦는데 들어간 예산과 치수사업에 쓴 돈을 비교해봐도 금방 드러난다. 87년의 경우 도로예산은 5천7백33억원이었는데 비해 치수예산은 7백73억원. 경제성면에서 도로사업이 당연히 앞서겠지만 불과 8분의 1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하루에 6백㎜가 넘는 폭우가 만약 서울같은 대도시의 인구집중지역에 내렸더라면 인명피해는 더욱 컸을 뻔했다. 치수대책의 고려없이 급속한 도시팽창으로 웬만한 비에도 상습수해지역이 될수밖에 없는 저지대 거주인구가 계속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치수의 기본은 물길을 제대로 내주는 제방을 쌓는일과 강을 가로막아 물을 가두는 역할을 하는 댐을 건설하는 일이다.
피해가 극심했던 금강유역의 제방을 보면 강변의60·8%만이 온전한 제방이 쌓여 있었다. 나머지39·2%의 지역은 웬만한 장마비에도 범람이 불가피한 무제방지대다.
금강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86년말 현재 전국 하천의 제방축조율은 51·6%에 불과하다. 완전한 제방시설은 3O년후에야 가능하다는게 정부의 기존계획이다.
제방1㎞를 쌓는데 약4억원이 든다.
특히 이번 피해로도 드러났듯이 2∼3년주기로 크고 작은 수해에 시달려온 금강하류연안지역의 경우 지형을 감안한 튼튼한 제방축조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평야지역이기때문에 댐건설이 어려운데다 강의 하상이 주변연안지역보다 높은 곳이 많아 제방밖에는 다른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홍수에서는 빠졋지만 같은 평야지대인 영산강유역도 마찬가지다. 저수량 1억5천만t정도의 4개댐이 설치되어 있으나 모두 농업용수용 댐이므로 이지역 역시 제방축조를 통해 홍수에 대처할 수밖에없다는 것이다.
댐의 경우 홍수조절용 중규모(저수량 15억t내외)댐건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동안 소양·충주등 30억t이상의 대형댐 건설에 주력해 왔으나 비가 상류지역이 아닌 중류∼하류지역에 내릴 경우를 대비한 홍수조절용 댐이 부족한 셈이다.
태풍 셀마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남강댐은 30∼50㎜의 집중호우가 내려도 방류가 불가피하게 되어있다. 더우기 물줄기가 부산지역으로 빠지게 되어 있어 상당량을 사천만을 통해 바다로 흘려보냈었는데 이과정에서 곳곳에 침수현상이 벌어져 피해를 가중시켰었다.
낙동강지역도 마찬가지다. 큰비가 아니었는데도 유일한 홍수조절용 댐인 안동댐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하류지역이 위험수위에 육박했었다. 합천·임하댐이 건설중에 있으나 추가건설이 필요하다는게 방재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홍수통제소의 설치도 절실하다. 한강에 이어 금년에 설치된 낙동강홍수통제소이외에는 아무데도 없다. 각지류의 수위상황까지 신속히 파악해서 대처할수 있는홍수통제소가 금강지역에도 있었더라면 특히 인명피해는 크게 줄일수 있었을 것이라는게 때늦은 반성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방재에 대한 정부의 기본 인식을 재정립하는데서부터 찾아야 할것같다.

<이봉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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