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재건사업 지지부진 전쟁 전 수준에도 못 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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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라크 재건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아 이라크인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라크가 전후(戰後)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이라크인은 49%에 그쳤다.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이 정한 재건 목표도 대부분 달성되지 않아 이라크인들의 불만이 큰 것이다.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재건사업은 대체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다. 전후 1년간 복구 작업을 책임진 폴 브레머 전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13일 "초기의 재건 노력은 이라크 국민의 일상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돼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쟁 전 10여년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아온 이라크에 대해 미국이 평가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전쟁 이전 이라크의 인프라는 열악했지만 미국은 그걸 바탕으로 복구 계획을 세웠다. 계획 자체가 미비했던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저항세력의 반발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이라크인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전기 부족이다. 미국은 하루 6000㎿의 전력공급을 목표로 재건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저항세력의 집요한 공격으로 발전소 및 전력수급 체계 재건이 늦어졌다.

현재 전쟁 직전 수준인 약 4000㎿에 거의 근접했지만 목표는 물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아랍권 인터넷 신문인 '미들 이스트 온라인'은 13일 "전력난 때문에 이라크의 젊은 부부들이 성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에선 성행위 후 반드시 몸을 닦아야 하나 전력난으로 몸을 씻는 일이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바그다드를 포함한 중부지역의 경우 전기 공급이 잘 안 돼 밤에는 거의 온수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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