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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방북 성사된다면 6자회담 숨통 트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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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선 상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권고했다. 세 분 모두 이 시점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동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대외 인사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분석기능을 가지고 있는 전.현직 국가수반의 그런 판단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어려운 상황 해결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또 일반 국민도 이를 기대해 보고 싶다.

현재 북핵문제 해결과 이를 위한 6자회담의 전망은 별로 밝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누구보다 남과 북의 기탄 없는 협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직이 아니기 때문에 현직에 수반되는 국제적.국내적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륜과 위상 및 국내외적 영향력은 북핵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장유유서의 동양적 미덕을 갖고 있는 분으로 알려져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대화에 남다른 주의를 기울일 수가 있어 현안 해결에 적지않이 기여할 것이다. 또 두 분의 협의와 사후 성명은 국제적으로 관심 있게 보도.취급될 것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북의 입장을 정확하게 국제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북의 입장은 유감스럽게도 대외적으로 아주 좋지 않게 그려져 있다. 이 때문에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 보도매체에 의하기보다 위원장 자신이 직접 명쾌하게 핵 포기의 의사표시와 북.미, 북.일 국교 정상화 및 이에 이르는 수순과 행동절차 등을 발표할 절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6.15 선언 제2조에는 남측이 그동안 제안해 왔던 국가연합안과 북측의 연방제(낮은 단계의) 간에 공통점이 있다고 보고 이 공통점 위에서 통일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러나 선언 후 양 당국 간에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었다. 과연 통일의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양측은 선언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절충하고 통일의 단계와 시간표가 무엇인지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오늘날 남북 민족 간에 있는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이 분단이란 비극적 사실에 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통일에 반대하는 사람이 우리 민족 내에는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단 어떤 형태의 통일인지, 즉 국가연합의 형태, 낮은 단계, 높은 단계의 연방제가 무엇인지 한 민족, 한 국가.두 개의 상이한 체제의 유지, 중국과 홍콩.마카오.대만 관계의 50년 상이한 체제의 유지안과의 비교, 단계별 소요 시간 및 분야별 체제 설정 등 여러 관련 사항들의 당국 간, 시민.학생 단체 간 등의 활발한 협의가 있었어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3단계 통일론을 제창한 바 있고 최근에도 그 실천의지를 밝혔다. 두 분의 회동이 통일의 단계와 형태에 대한 당국 간의 활발한 논의의 촉진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은 시기를 놓침이 없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야 한다. 일본 고이즈미 총리는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두 번 방북했다. 핵문제가 앞으로 또 수년간 미결상태로 간다면 우리 대통령은 임기 중 남북 정상의 회동이 없이 임기를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환경의 단계적 조성을 위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은 뜻있는 것이다.

남북 우리 민족 운명의 최종적.절대적 책임자는 우리 민족 스스로에게 있지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동은 의미 있고 생산적이며 통일을 위한 초석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에서 환영하고 기대하는 바다.

손장래 경남대 북한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