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앞두고 핵카드 흔드는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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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8일)을 앞두고 핵카드를 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5일 "자위적 핵 억제력 강화는 천만번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논평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 전략핵무력 부문에서이룩된 커다란 성과들은 우리에게 미국이 강요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대응해줄 수 있는 위력한 전략핵타격 수단이 있다는 것을 뚜렷이 확증하는 것”이라며 “우리 공화국이 미국의 무분별한 적대시 책동과 노골적인 핵 위협에 대응하여 자위적 핵 억제력을 보유하고 강화해온 것은 천만번 정당하다” 주장했다.

“광대한 영토와 수많은 인구, 큰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도 국가 발전과 안전보장을 위하여 자체의 핵무력 강화를 최우선시하고 있다”며 “하물며 미국의 직접적인 핵 위협을 항시적으로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은 너무도 응당하다”고도 했다.

"미국의 핵위협에 대처한 나라들이 전략핵무력 강화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핵개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같은 북한의 주장은 핵강국 등을 언급한 지난 1일 김정은 신년사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오는 8일 김정은의 생일을 앞두고 핵개발을 그의 공적으로 삼기 위한 선전 또는 20일 출범하는 미국을 압박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추가 핵실험을 하기 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 입안에 북한과의 협상 또는 위협을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용현 동국대(북한학)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1월 4차핵실험을 강행할 때는 핵과 관련된 언급을 신년사 등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기습적으로 단행했다"며 "실제 핵실험을 하기 보다는 김정은 띄우기를 위한 성과부각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논평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개하기 보다 중국이나 러시아 언론을 인용하며 주장을 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언제든 핵실험을 할 준비를 마친 상황이어서 한미연합훈련이나 북미 대화 추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보아가며 핵위협 수준을 높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에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준비는 마친 상태"라며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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