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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꽃놀이·물놀이… 놀거리 넘치는 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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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나들이에 좋은 온천도시

보랏빛 꽃 스트렙토칼펠라 삭소롬이 만발한 아산 세계꽃식물원.

보랏빛 꽃 스트렙토칼펠라 삭소롬이 만발한 아산 세계꽃식물원.

새해 첫 주말을 앞두고 아산 하루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충남 아산은 의외로 겨울에 여행하기 좋다. 고즈넉한 공세리 성당에서 새해 다짐을 하고, 국내 최대 규모 온실로 꾸며진 세계꽃식물원에 들러 한겨울 꽃놀이도 즐길 수 있다. 여행의 마무리는 뜨끈한 온천이다. 지난해 12월 9일 SRT(수서고속철도)가 개통하면서 아산을 오가는 교통편도 늘었다. SRT를 타면 서울 수서역에서 천안아산역까지 짧게는 26분, 길게는 36분이 걸린다. KTX 서울역~천안아산역 노선보다 최대 10분 단축됐다.

아름다운 성당에서 새해맞이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 앉은 아산 공세리 성당.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 앉은 아산 공세리 성당.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 성당은 전북 전주 전동 성당, 강원도 횡성 풍수원 성당과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힌다. 봄에는 고즈넉한 성당 주변으로 불긋한 철쭉이 피어나 붉은 띠를 두른 듯하고, 여름에는 수령 350년 된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팽나무에 짙은 녹음이 든다. 노란 은행잎이 비처럼 흩날리는 가을 풍경도 장관이지만, 사실 공세리 성당은 모든 산야가 모든 것을 아낌 없이 내려 놓은 겨울에 존재감을 더 뚜렷이 내보인다.

공세리 성당에 있는 순교자 합동 묘지. 아산 지역 순교자 28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공세리 성당에 있는 순교자 합동 묘지. 아산 지역 순교자 28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푸근한 황토색 벽돌과 차분한 잿빛 벽돌을 쌓아 올려 만든 성당은 공세리 마을 중심부 언덕에 우뚝 서있다. 최대한 멀리 그리고 가장 낮은 곳까지 굽어 살피려는 모양이다. 봄·여름·가을에는 무성한 이파리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겨울에는 성당과 200~300m 떨어진 공세리 마을 입구에서부터 성당 모습이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신희연 아산시 문화관광해설사와 공세리 성당을 찾았다. 마침 이날 눈이 내려 포근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성당은 명성에 비해 규모가 아담했다. 뾰족한 첨탑, 커다란 아치형 출입구와 창문이 돋보이는 고딕양식의 본당은 200여 명이 들어가 앉으면 꽉 찰 정도였다.

“공세리 성당은 아산 지역 순교자 32명의 유해를 모시고 있는 순교 성지에요. 이곳을 소개할 때 ‘하느님이 주신 복음의 창고’라고 하죠. 실제로 예전에 대형 창고가 있던 곳에 성당을 세웠어요.”

신희연 해설사가 조곤조곤 설명했다. 성당 이름은 지명에서 따왔다. 공세리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조선시대 공세리에 곡물을 보관하던 공세창(貢稅倉)이 있었다. 아산·서산·청주 등 충청도 서남부 예당평야에서 생산한 곡물이 이곳 공세창에 모인 다음 배에 실려 한양으로 운송됐다. 물자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신문물의 유입도 빨랐다. 공세리 성당이 생겨난 것은 1895년. 1890년 설립된 예산군 고덕면 양촌성당(지금의 합덕성당)에 이어 충청도 지역에 두 번째로 세워진 성당이다.

본당 앞에 방문객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저마다 손에 카메라를 들고 눈 덮인 성당 풍경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인파를 피해 신희연 해설사가 안내한 곳은 ‘십자가의 길’이다. 본당을 한 바퀴 둘러가게끔 조성된 길에 들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내딛는 걸음마다 다짐을 곱씹고 희망을 담았다.

15만 명 찾은 꽃식물원

세계꽃식물원 가든센터는 식물 저온저장고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세계꽃식물원 가든센터는 식물 저온저장고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아산에는 한겨울에도 꽃이 만발하는 명소가 있다. 유리 온실로 이뤄진 도고면 세계꽃식물원이다. 규모 3만3000여㎡(1만 평)에 달하는 온실은 한겨울에도 실내 온도가 15~17도로 유지되고 볕이 강한 날에는 20도를 웃돈다.

“꽃놀이는 겨울에 하는 게 최고죠. 삭풍 몰아치는 겨울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꽃에는 감동이 실려 있거든요.”

세계꽃식물원 남슬기 실장이 온실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말했다. 후끈한 열기와 함께 향긋한 꽃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분홍색 꽃을 틔운 배고니아 화분이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꽃 터널을 이뤘다. 그 사이사이로 덩굴식물 트리안도 보였다. 새끼손톱만한 잎이 자잘하게 달린 트리안 줄기가 땅에 닿을 듯 늘어졌다.

세계꽃식물원에서는 연중 3000여 종의 꽃과 조경수를 관람할 수 있다. 철을 달리해 각양각색의 꽃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낸다. 세계꽃식물원의 전신은 화훼단지다. 1994년 화훼농가들이 모여 단지를 꾸려 꽃을 재배하다가 2004년 식물원으로 탈바꿈했다.

“1990년대부터 화훼 내수 시장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한 해 동안 꽃을 구매하는 금액은 1인당 약 1만2000원에 불과해요. 화훼 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수익을 못내는 화훼농가들이 자구책으로 식물원을 택한 것이죠.”

시계초.

시계초.

2016년 세계꽃식물원을 방문한 유료입장객은 15만명이다. 식물원에는 평소 보기 힘든 온갖 꽃이 만발해 있었다. 대표적인 겨울 꽃 시클라멘은 제철을 맞아 영롱하게 빛났다. 보랏빛 꽃 스트렙토칼펠라 삭소롬과 예수의 가시면류관을 닮은 시계초가 단연 인기였다. 열대과일 패션프루츠 나무에서 열린 시계초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이 줄을 섰다. 헬리모트롭은 페루에서 들여온 꽃이다. 향이 진해 향수 원료로 사용한단다. 남미가 원산지인 오렌지 트럼펫은 이름처럼 트럼펫을 닮았다. 꽃 색이 워낙 밝아 조명을 켠 듯 환하다.

오렌지 트럼펫.

오렌지 트럼펫.

온실 옆에는 식물 저온저장고를 리모델링해 만든 ‘가든 센터’가 있다. 2015년 문을 연 이곳에는 카페와 꽃 판매점, 교육관이 자리한다. 묵직한 미닫이 철문으로 분리된 교육관 천장에는 아직도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냉장 장치가 남아 있다. 교육관에서는 분갈이 체험을 진행한다. 가든 센터 곳곳은 재활용품으로 꾸몄다. 카페에 있는 의자와 테이블은 네덜란드에서 꽃을 수입할 때 딸려오는 보관용 상자를, 천장 곳곳에 달린 조명은 화분을 재활용했다.

온천의 성지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의 실내 바데풀. 수압을 이용해 통증을 치료하는 시설이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의 실내 바데풀. 수압을 이용해 통증을 치료하는 시설이다.

아산이 겨울 여행지로 좋은 이유는 단연 온천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 온천 도시 아산에는 온천지구가 세 곳이나 된다. 시내 온양동의 온양온천지구, 도고면에 위치한 도고온천지구, 음봉면 일대의 아산온천지구다. 세 온천지구에만 60곳이 넘는 온천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week&이 찾아간 곳은 도고온천지구에 있는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아산에 있는 온천시설 중 가장 최근 리모델링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야외 파도풀장을, 12월에는 노천 스파를 새롭게 개장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도고온천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의 전신은 77년 문을 연 파라다이스 호텔 내 온천장. 파라다이스 그룹은 호텔 온천장과 야외수영장, 사우나 시설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해 2008년 온천 워터파크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를 열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실내 스파, 실외 스파, 온천장으로 구성됐다.

“연간 45만 명이 방문하는데, 여름과 겨울 입장객 수 차이가 채 1만 명이 안 돼요. 다양한 시설이 있어 나이와 취향이 다른 삼대가 함께 겨울 물놀이를 즐길 수 있죠.”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에는 한겨울에도 운영하는 야외 파도풀이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에는 한겨울에도 운영하는 야외 파도풀이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박선형 마케팅팀장의 말마따나 시설에 따라 주 이용객이 달랐다. 수압을 이용해 통증을 치료하는 실내 바데풀은 어르신들이 점령했다. 실내외를 연결하는 유수풀에 몸을 싣고 밖으로 나가봤다. 지난해 7월 신설한 야외 파도풀은 젊은이들 차지였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온천에 풍덩 빠져 넘실대는 파도에 몸을 맡겼다. 흰 눈을 맞으며 즐기는 노천 온천욕은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오롯이 온천욕만 하고 싶다면 온양온천지구의 온양관광호텔을 추천한다. 온양온천은 조선시대 왕들의 휴양지로 일찍이 이름났다. 조선 성종 때 쓰인 지리지(地里誌) 『동국여지승람』에는 ‘온양온천은 질병치료에 효험이 있어 태조·세종·세조 등이 자주 찾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온양관광호텔은 요란한 물놀이 시설 없이 온천욕장만 운영하기 때문에 조용히 몸 풀러 온 어르신이 많다.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지하철 1호선 온양온천역과 가까워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갈 수도 있다.

아산온천지구의 스파비스는 규모 3만㎡(9000평)으로 아산에 있는 온천시설 중 규모가 가장 크다. 7000여 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와 마찬가지로 물놀이 시설과 온천장을 함께 운영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겨울에는 야외 눈썰매장도 운영한다.

● 여행정보

서울에서 아산으로 가는 대중 교통편은 다양하다. 가장 빠른 것은 고속철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와 강남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수서고속철도)를 타면 30분 남짓 걸려 천안아산역에 닿는다. 하지만 아산 지역 내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천안아산역에서 다시 지하철로 환승해 아산시내에 있는 온양온천역에서 내린 다음 각각의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공세리 성당의 경우 천안아산역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 숙박은 온천관광호텔(onyanghotel.co.kr),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paradisespa.co.kr)를 추천한다. 온천관광호텔 1박 14만원부터, 온천 이용 요금은 주중·주말 동일하게 어른 7000원, 어린이 3500원을 받는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야외 캠핑 캐러밴만 운영한다. 캐러밴 1박 14만원부터, 스파와 온천장 이용요금은 주중 기준 이용요금 어른 4만2000원, 어린이 3만4000원. 세계꽃식물원(liaf.kr) 입장료 어른 8000원, 어린이 6000원. 아산시청 문화관광과 041-540-2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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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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