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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빨간 날 68일…비행기표는 선착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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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해외여행 캘린더

지난해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2200만 명을 넘었다. 수치상으로 국민 5168만 명 중 약 42%가 국경을 넘었다는 말이다. 여행사 익스피디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직장인은 평균 휴가 15일 중 8일을 사용하는데 그쳤다. 조사 대상 28개 국 평균 휴가 사용 일 수(20일)에 비하면 턱없이 휴가가 짧은데도 참 많이 쏘다녔다.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더 많은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할 전망이다. 금융 위기와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덮친 2009년 이후 해외 출국자 수는 꾸준히 늘었다. 게다가 올해는 일요일을 포함한 휴일이 68일로, 12년 만에 달력에 ‘빨간 날’이 가장 많은 해다. 토요일을 더하면 119일까지 쉴 수 있다. 5월에는 석가탄신일(3일)과 어린이날(5일) 이후 주말이 이어지고, 10월에는 개천절(3일)과 추석(4~6일), 한글날(9일)이 주말과 붙어 있어 황금연휴를 누릴 수 있다.

시국은 엄중하고 경제 전망은 어둡지만 이미 황금연휴 기간 항공권과 여행 상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가하게 놀 궁리나 하고 있다고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여행’이 새해 소망 1~2위(중앙SUNDAY 1월1일자 3면)로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일상이 팍팍하다는 뜻일 게다.

요즘 사람들은 한결 같은 여행을 거부한다. 호텔 대신 현지인의 집을 찾아가 잠을 자고, 직접 차를 빌려 가족을 태우고 이러 저리 쏘다닌다. 운치 있는 카페를 찾아가 종일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일생에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축제에 맞춰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자신을 위해 가치 소비를 하는 ‘포미(For me)족’의 여행 방식이다. 포미족은 전문가들이 꼽은 ‘2017년 여행 키워드’ 중 하나다.

올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이들을 위해 ‘2017 해외여행 캘린더’를 준비했다. 여행사·항공사·관광청 40곳의 도움을 받아 정리한 월별 추천 여행지다. 최근 주목 받는 여행지를 가장 좋은 시점에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다. 캘린더를 꼼꼼히 봤다면, 다음 할 일은 간단하다. 눈여겨본 ‘그 도시’로 가는 항공권을 검색한다. 그리고 과감히 결제 버튼을 누른다. 올 한 해, 열심히 달릴 나를 위해서(For me) 말이다.

1·2월 규슈 온천, 7·8월 아이슬란드 백야, 10월 연휴 퀘벡 단풍

| 월별 가 볼 만한 해외여행지

여행은 타이밍이다. 누구랑 떠나느냐 못지않게 언제 떠나는가도 중요하다. 가령, 아이의 여름방학에 맞춰 7월 말~8월 초에 몬순 기후인 동남아시아 휴양지에 갔다가 비만 쫄딱 맞을 수 있고, 아직 추석은 한참 멀었다며 여행 준비를 미루고 미뤘다가 급등한 항공료 때문에 여행을 아예 접을 수도 있다. week&이 ‘2017년 해외여행 캘린더’를 준비한 이유다. 최근 주목 받는 여행지를 가장 좋은 시점에 찾아가는 법, 그리고 알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담았다.

1·2월 | 따뜻하게 겨울 나기

지구 최대의 산호군락이 있는 호주 케언즈.

지구 최대의 산호군락이 있는 호주 케언즈.

따뜻한 남국이 간절해지는 계절. 가장 화제가 된 여행지는 호주 북동부 휴양지 케언즈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 초까지 진에어가 인천에서 전세기를 띄운다. 비행시간은 7시간 30분. 발리보다 조금 멀고 하와이보다는 가깝다. 케언즈는 해양 액티비티의 천국이다.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거대 산호 군락 ‘대보초’에서 스쿠버 다이빙·스노클링·반잠수정 투어 등을 즐길 수 있다.

베트남 남부의 한적한 휴양지 푸꾸억.

베트남 남부의 한적한 휴양지 푸꾸억.

베트남 남부에 있는 섬 푸꾸억에도 1월 말까지 전세기가 운항한다. 겨울이면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다낭과 달리 따뜻하고 분위기도 한갓지다.

쇼핑 매니어라면 겨울 홍콩 여행은 필수다. 홍콩에서 연말연초는 이른바 ‘땡처리’ 기간이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 ‘메가세일’이 진행된다. 1년 중 할인 폭이 가장 크고 버버리·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들도 동참한다. 발품을 팔면 최대 90% 할인된 가격으로 명품 구두·의류 등 패션 제품을 ‘득템’할 수 있다.

일본 규슈 온천 마을 구로카와.

일본 규슈 온천 마을 구로카와.

온천 여행은 물론 겨울이 제격이다. ‘온천 왕국’ 일본 남쪽의 섬 규슈(九州)에 온천 마을이 몰려있다. 특히 일본 온천 중 용출량 1위인 벳푸(別府), 아기자기한 상점이 몰려 있는 유후인(由布院)이 유명하다. 조경이 아름다운 구로카와(黑川)는 여성에게 인기다. 벳푸·구로카와 등 규슈 중부에 있는 온천여행지를 가려면 구마모토(熊本) 공항을 이용하는 게 좋다. 티웨이항공이 이달부터 3월까지 인천~구마모토 노선에 전세기를 띄운다.

3·4월 | 봄 찾아 꽃 찾아

만발한 벚꽃이 어우 러진 교토 기요미즈데라.

만발한 벚꽃이 어우 러진 교토 기요미즈데라.

일본은 3월이면 최남단의 섬 오키나와(沖繩)에서부터 벚꽃이 꽃망울을 틔운다.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벚꽃 전선이 북상하면서 일본 열도를 휩쓴다. 최고의 꽃놀이 명소는 교토(京都)다. 벚꽃축제 기간 동안 역사 유적과 어우러져 만개한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 기요미즈데라(淸水寺)는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야간 개장도 한다.

중국 항저우 서호의 용정차마을에서 찻잎 따는 여인들.

중국 항저우 서호의 용정차마을에서 찻잎 따는 여인들.

중국은 완연한 봄에 접어드는 청명(춘분과 곡우 사이 절기)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올해 청명절 휴일은 4월 2~4일이다. 중국에서는 청명절 전에 수확한 잎으로 만든 차를 최상품으로 친다. 명품 녹차 서호용정차가 생산되는 항저우(杭州)에서는 청명절에 앞서 서호용정차축제를 개최한다. 차밭을 둘러보고 농가에 머물며 전통음식을 맛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4월에는 상하이(上海) 도심에도 벚꽃이 만발한다.

태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물싸움 축제 ‘송크란’.

태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물싸움 축제 ‘송크란’.

태국은 4월이 가장 덥다. 수도 방콕의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돈다. 마침 더위를 싹 날릴 만한 축제가 있다. 태국력으로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 명절 송크란이다. 물을 뿌리며 축복을 빌던 풍습이 아예 전국 규모의 물싸움 축제로 발전했다. 이 기간 전 세계에서 약 300만 명이 축제에 참가해 신나게 물싸움을 즐긴다. 송크란 공식 휴일은 4월 13~15일이지만 송크란 전후로 태국 전역이 약 10일간 축제 분위기에 쌓인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가장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방콕에서는 4월 13~15일 카오산로드, 실롬로드 일대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5·6월 | 비밀스러운 신혼여행지

해변을 따라 낙타투어를 즐길 수 있는 멕시코 로스 카보스.

해변을 따라 낙타투어를 즐길 수 있는 멕시코 로스 카보스.

요즘은 하와이·발리·푸껫 같은 대중적인 여행지가 아니라 이색 여행지를 찾아가는 신혼부부가 많다. SNS에 허니문을 실시간 중계하는 이들도 많은데 그러려면 ‘젠체할 만한’ 곳으로 가야 한다. 멕시코 휴양지 로스 카보스가 그런 곳이다. 바하칼리포르니아주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로스카보스는 바다와 사막을 모두 품고 있다. 때로는 낙타를 타고, 바다에선 혹등고래도 본다. 초호화 리조트도 많아 찬란한 햇빛을 쬐며 늘어져 있기만 해도 좋다.

미국 최남단 섬 키웨스트도 신혼여행지로 뜨고 있다. 종로구보다 작은 섬이지만 미국의 어떤 도시보다 매혹적이다. 낮에는 근사한 해변에서 액티비티를 즐기고 박물관·갤러리를 둘러본다. 미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한 뒤, 밤에는 클럽을 순회한다. 섬 자체도 아름답지만 플로리다 남부에서 이어지는 182㎞의 해상도로 역시 근사하다. 마이애미에서 렌터카를 몰고 키웨스트까지 찾아가면 된다.

작가 헤밍웨이가 즐겨찾던 키웨스트 클럽 ‘슬러피 조’.

작가 헤밍웨이가 즐겨찾던 키웨스트 클럽 ‘슬러피 조’.

유럽에서는 동유럽이 뜨고 있다. 체코·오스트리아 외에도 폴란드·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를 찾아가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동유럽을 여행한다면 폴란드를 기점으로 삼는 게 좋다. 유럽 기차 여행의 만능키 ‘유레일 패스’도 동유럽 연결이 부쩍 좋아졌다. 지난해 10월부터 LOT폴란드항공이 인천~바르샤바 노선에 취항했는데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유럽을 가려면 핀란드·러시아를 경유하는 게 저렴한 방법으로 알려졌는데 폴란드항공도 그 못지않게 저렴하다.

7·8월 | 해가 지지 않는 북녘

아이슬란드 노천 온천 ‘블루 라군’.

아이슬란드 노천 온천 ‘블루 라군’.

해가 갈수록 무덥고 습해지는 여름. 북방으로 자꾸 눈이 쏠릴 때다. 북위 62도에 걸쳐있는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7~8월 최저기온 8도, 최고기온 13도다. 낮이 20시간 이상 지속돼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땅에서 물이 솟구치는 간헐천, 노천 온천 블루라군 등 섬 곳곳의 여행지를 둘러보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낫다. 운전이 어렵다면 수도 레이캬비크에 묵으면서 현지 여행사를 이용해도 된다.

알래스카 디날리 산경비행기 체험.

알래스카 디날리 산경비행기 체험.

백야를 즐길 수 있는 북유럽 여행지로 핀란드도 있다. 핀에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수도 헬싱키에서 하루이틀 정도 짧은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마침 올해는 러시아로부터 독립 100년째를 맞는 해로 다양한 행사가 전역에서 열린다. 무엇보다 독립 100주년을 맞아 문을 여는 박물관을 주목할 만하다. 이달 헬싱키에 디자인박물관, 8월 남부도시 템페레에는 유명 캐릭터 ‘무민’을 주제로 한 무민박물관이 들어선다.

디날리 국립공원에서 만난 회색곰.

디날리 국립공원에서 만난 회색곰.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빙하와 툰드라 등 동토의 극한 환경을 놀이터 삼아 즐길 수 있다. 디날리 국립공원에서 회색 곰·무스·늑대 등 야생동물이 활보하는 모습을 보고, 경비행기를 타고 북미 최고봉 디날리산(6194m) 주변을 비행한다. 빙하 트레킹도 도전해 볼 만하다. 알래스카 최대 도시 앵커리지 인근에 ‘마타누스카’라는 거대 빙하가 있다.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면 크램폰(미끄럼 방지용 신발 보조장치)을 착용하고 아찔한 빙하 위를 걸어볼 수 있다. 물론 가이드만 따라가면 안전하다.

9·10월 | 장거리 여행 절호의 기회

10월은 황금연휴가 낀 달이다. 추석(10월 4일) 연휴 앞뒤로 개천절과 한글날이 붙어 있어 최장 열흘간의 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장기 휴가를 이용해 유럽을 여유 있게 여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일찌감치 유럽행 얼리버드 항공권을 구매해둔 부지런한 여행자도 많다.

프랑스 북서부에 있는 수도원 몽생미셸.

프랑스 북서부에 있는 수도원 몽생미셸.

최근에는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를 피해 소도시를 찾아다니는 여행자가 많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섬 몽생미셸이 당일치기 여행지로 좋다. 만조 때 물이 차올라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풍경이 빚어진다. 10월 5~8일은 몽생미셸 주변 수심이 12m 이상 높아지는 ‘대만조’다. 육지와 섬을 연결한 다리마저 물에 잠기는 장관이 펼쳐진다.

독일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밤베르크.

독일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밤베르크.

독일은 뮌헨을 기점으로 삼는 게 좋다. 독일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밤베르크, 중세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뉘른베르크, 요새로 둘린 도시 로텐부르크 등 주변 소도시가 가깝다. 뮌헨에서는 9월 16일부터 10월 3일까지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도 열린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캐나다 퀘벡시티.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캐나다 퀘벡시티.

캐나다도 올해 주목할 여행지다. 건국 150주년을 기념해 여행자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로키산맥의 절경을 볼 수 있는 밴프·재스퍼 국립공원을 포함한 46개 국립공원과 역사유적지 171곳이 무료 개방된다. TV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화제를 모은 퀘벡시티는 캐나다 안의 유럽 같은 여행지다. 드라마에 나온 로맨틱한 풍경을 보려면 10월에 가야 한다. 캐나다에서도 가장 화려한 단풍을 볼 수 있다.

11·12월 | 호텔 놀이·쇼핑의 계절

럭셔리 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마카오.

럭셔리 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마카오.

분주하게 쏘다니기보다 실내에 머물며 여유를 누리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 유행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에는 호텔에 콕 박혀 스테이케이션을 즐기기에 좋다. 마카오 같은 곳에서 말이다. 서울 종로구만한 마카오에는 호텔 180개가 있고 그중 23개가 5성급이다. 마카오 럭셔리 호텔은 홍콩의 동급 호텔보다 저렴하면서도 시설이 다채롭다. 대형 호텔 안에 카지노·쇼핑몰·공연시설 등이 있다. 지난해 파리지앵·윈팰리스 등 5성급 호텔이 문을 열었고, 올해는 MGM코타이·리스보아팰리스 등 럭셔리 호텔이 들어선다.

두바이 사막 위를 떠 다니는 열기구.

두바이 사막 위를 떠 다니는 열기구.

두바이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여행하기 좋다. 지금까지 두바이는 하루나 이틀 환승 투어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한데 이제는 보다 길게, 그리고 가족과 함께 두바이에 갈 이유가 생겼다. 지난해 12월 중동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 ‘두바이 파크 & 리조트’가 개장했다. 레고랜드를 비롯한 테마파크 3개와 워터파크·호텔·몰이 있다. 지난 8월 개장한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 ‘IMG 월드 오브 어드벤처’도 볼 만하다. 1월에는 쇼핑, 2월에는 푸드 페스티벌이 이어진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유럽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유럽에 갈 예정이라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도시를 찾아가자. 11월 말부터 성탄절 전까지 유럽 주요 도시는 밤마다 낭만적인 조명으로 물들고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먹거리를 파는 장터가 선다. 레드와인과 계피·과일을 넣고 끓인 뱅쇼를 마시며 마켓을 구경만 해도 즐겁다. 독일 뮌헨·오스트리아 비엔나·스위스 취리히 마켓이 특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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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승표·양보라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각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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