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인권탄압 고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흑백 차별정책으로 유명한 남아공의 반체제작가「아돌·푸가든 원작『알로에의 교훈』 (극단 성좌·26일까지 바탕골소극장)은 인권을 다룬 작품이라해서 막이 오르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었다.
지난81년 이후 6년만에 재공연되는 이 작품은 지하에서 인권운동을 벌이는 한 흑인지도자와 이에 동조해 인권운동에 참여했던 한 백인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4년전 어느 날 갑자기 흑인지도자「스티브」(최상설분)가 체포되면서 인권운동 조직은 와해된다. 남은 동료들은 조직의 유일한 백인인「피터」(이일섭분)를 밀고자로 의심하며 그를 상대하지 않는다.
「피터」부부는 백인사회·흑인동료 모두로부터 소외당한채 살고 있는데, 출옥후 다시 추방령을 받은「스티브」가 고국을 떠나기전에 그들을 만나러 온다. 「스티브」는「피터」의 부인「글라디스」(차유경분)의 일기장 때문에 조직이 폭로됐고, 그 죄책감으로 말미암아 「글라디가」가 정신질환에까지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모든 오해를 푼「스티브」는 그들 부부와 우정에 찬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대표작으로 알려진『아일랜드』『시즈위벤즈는 죽었다』등처럼 절박한 현실사회를 직접적으로 고발하는 형태는 아니나 정치·사회적 인권탄압으로 파괴된 인간성을 우정과 신념으로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표현하고있다.
소재 자체가 시국과 부합되어 눈길을 끌었으나 첫 데뷔하는 연출가 황남진씨의 노력이 돋보였을 뿐 전체적으로는 평균적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연극은 번역극인데도 여러모로 우리의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울동숭동 대로변을 가득 메운 시위군중(9일 저녁)들의 외침 속에서의 공연이 그러했고, 쉴새없이 튀어나오는「시위」「민중」「고문」「성폭력」이란 대사가 그러했다.<양환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